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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장보고함의 후예들

입력 2025-11-19 17:26   수정 2025-11-20 00:11

세계 1차대전 초기 전장의 주역은 독일의 잠수함 ‘유보트’였다. 독일은 작고 기동성이 뛰어난 유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국으로 향하는 선박들을 공격, 연합군 해상 보급망에 큰 타격을 줬다. 잠수함은 이때부터 전황을 바꾸는 ‘비대칭 전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1950년대 냉전 시대엔 미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핵추진 잠수함 ‘USS 노틸러스’가 활약했다. 핵연료를 사용하는 잠수함은 수개월 잠항이 가능하다. 미사일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이 있으면 언제든지 적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전쟁 억제력을 갖는다.

이후에도 선진국들은 ‘최종병기’로 불리는 잠수함 기술 경쟁을 이어왔다. 최근엔 핵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과 수중 무인 드론을 함께 쓰는 단계다. 수중 드론은 전원을 꺼둔 채 ‘동면’ 상태로 있다가 필요할 때 깨어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해저 전장에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셈이다.

한국의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이 올해 말 퇴역을 앞두고 어제 마지막 항해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1992년 독일에서 들여온 뒤 34년간 지구 둘레 15바퀴가 넘는 63만3000㎞를 항해했다.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선 함정 30여 척을 모의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의 잠수함 개발사는 장보고함에서 시작한다. 당시 정부는 3척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첫 번째 잠수함만 독일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두 척은 국내로 부품을 들여와 조립했다.

이후 한국은 장보고함 같은 1200t급 잠수함 제조 기술을 내재화했고, 2011년엔 수출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3600t급(장영실함)까지 자체 제작이 가능한 단계다.

다음 과제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다.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받은 만큼 관련 기술 개발이 발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대 중후반까지 5000t급 이상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다. K방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보고함 후예들의 맹활약을 기대한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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