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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상승세를 타던 미국 증시가 최근 요동치면서 월가는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도 인공지능(AI) 거품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AI주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 “AI, 기대와 현실 괴리 커”
대니얼 핀토 JP모간 부회장은 1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아마도 (증시)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AI 가치는 재평가돼야 하고, 가치가 하락하면 주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AI주 고평가론을 제기한 것이다. 대표적 빅테크인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BBC 인터뷰에서 “인터넷산업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분명히 투자가 오버슈팅(과열) 하는 구간이 있었고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AI 투자에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 요소가 모두 존재한다”고 했다. 시장에선 ‘비이성적’이란 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전날 블룸버그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 주식시장의 건강 상태는 내 경력 전체를 통틀어 가장 취약하다”며 “시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기적”이라고 말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는 현재를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셰일 혁명기에 이은 ‘제4의 버블’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의 AI 칩 감가상각 방식을 “회계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의 데이비드 칸 파트너는 “하이퍼스케일러가 한동안 AI 공급망을 떠받치다가 이제 벤더들까지 ‘순환거래’를 만들었다”며 “이는 버블 국면의 전형적 패턴”이라고 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지분투자를 하고 오픈AI가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사는 식의 순환거래를 문제 삼은 것이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도 “현재의 생성형 AI는 범용인공지능(AGI)과 거리가 멀고 자동 완성의 스테로이드 버전에 불과하다”며 AI 기술에 거는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고 비판했다.
◇ “닷컴 버블 때보다 PER 낮아”
반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기업 주가가 많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아직 버블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현재 AI 기업의 수익과 현금 흐름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어 지금 상황은 AI 기업의 구조적 성장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대형 기술주 7개(매그니피센트 7·M7)의 24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27배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시장을 주도했던 기술주 7종목의 평균 PER 52배에 비해 낮다. 골드만삭스는 “M7의 가치는 닷컴 버블 당시 7개 주도기업의 절반 수준”이라며 “기업 매출 대비 기업가치(EV)도 M7 평균이 6.1배로, 닷컴 기술주 평균 8.2배보다 낮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헤지펀드 코아투는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측정 가능한 수익성이 높다”며 버블론을 일축했다. 예컨대 과거 데이터센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사업의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2~5%인데,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는 ROIC가 2023년 기준 33%에 달한다는 것이다. ROIC는 기업이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최근 방송에서 “(시장에서) 거품이란 말을 할수록 거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정한 거품 시장에선 두려움이 없는 극도의 낙관론이 지배하고, 투기성 주식 공모(IPO)가 폭증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수년간 AI 스타트업에 투기적 자금이 흘러들고 ‘AI는 거품’이란 말이 사라진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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