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크레딧 시장은 올해의 강세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호적인 시중 유동성 여건이 받쳐주는 가운데 기업신용도와 그를 지탱하는 펀더멘털이 견조한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먼저 유동성 여건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정책당국의 금융지원 메커니즘 존속, 신정부 출범에 따른 각종 경기 부양성 자금 집행,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다소 보수적이고도 선제적인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입장 등이 맞물려 경제주체들의 자금시장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다.
그에 따라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뿐만 아니라 은행대출 등 다양한 조달원을 기반으로 현금 유동성 관리를 원활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경우 시중 부동자금의 증가세에 따른 각종 채권형 자금의 꾸준한 증가 속 대기수요가 풍부하여 발행시장이 유례없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 결과 발행 규모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간 사업환경 저하로 인한 현금흐름의 악화 현상을 유동성 지원 효과로 극복해왔던 저신용등급 기업들의 펀더멘털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사업환경 및 수익성 개선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유동성 지원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올해 ‘홈플러스 사태’가 그 단적인 예다.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확 풀릴 때는 모든 경제주체가 동일하게 수혜를 받지만 정책지원 모멘텀이 둔화되는 구간에서는 취약한 주체들의 지탱력은 한계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 내에서도 산업별·그룹별 차별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25년 말 구조조정 압력에 처해 있는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구조조정 방향성의 향배에 따라 신용안정성이 급속히 저하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해당 기업들이 계열 기반의 재무적 융통성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업황 저하 추이가 장기화된다면 대주주의 지원 의지 또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등급별·산업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펀더멘털 차이는 등급별 신용스프레드에도 반영되어 상하위 등급 간 스프레드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변수는 무엇보다도 추가적인 채권 공급 부담이다.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신정부정책이 아무래도 공기업 등을 활용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주거안정, 에너지 공급망 확충 등 사회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필요성 또한 지속되고 있다. 물론 정책 효과로 인해 전반적인 신용위험이 통제될 수 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확장적 정책이 채권시장 내 채권 공급 부담으로 다가올 경우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변수임에 틀림이 없다.
대미투자펀드와 관련된 투자 재원 조달 또한 공적 영역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민간의 투자부담을 공적 영역이 대신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어 회사채 투자 관점에서는 기회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2025 상반기 신용분석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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