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나노튜브(CNT)는 더이상 실험실 소재가 아닌, 핵심 산업의 주요 소재로 자리잡고 있어요. 하루 빨리 ‘CNT월드’를 열어 세계 소재기업들과 승부하고 싶습니다.”
강득주 제이오 대표는 18일 경기 안산시 본사에서 “전도성과 기계적 강도가 뛰어난 싱글월 CNT를 종류별로 모두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으로서 관련 기술을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소재 응용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플랜트엔지니어링에서 CNT로 변신
제이오는 31년 전인 1994년 설립 당시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파이로트 플랜트(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상업 생산 규모로 확대하기 전에 시험적으로 소량 생산하는 소규모 시설)을 만들었다. 이후 점차 성장하며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화학회사들의 공정 설비를 설계·제작하기 시작했다.
소재 분야 진출은 우연치 않게 찾아 왔다. 강 대표는 “2000년대 초 국가과제로 한 탄소나노튜브 플랜트 설비를 제공하는데 발주처에서 우리보고 소재까지 만들어보라는 제안해 2003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이오가 소재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한 프로젝트성 엔지니어링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꾸준한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를 육각형의 벌집구조로 연결한 신소재다. 나노미터(㎚)단위의 매우 작고 얇은 튜브모양을 띄고 있다.
전도성, 열성, 기계적 강도가 우수한 편이어서 당시 1g당 100만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였다. 하지만 한 설비로 오랜시간 연속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워 대량 생산해 가격을 낮춰야 새로운 회사 먹거리가 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제이오는 2007년 연속생산이 가능한 자체 반응기 기술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이 기술력은 700~1000도의 고온 반응 공정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과거 석유화학 플랜트 엔지니어링 경험에서 비롯됐다. 강 대표는 “대량 생산으로 원가 절감이 이뤄지자 2014년 삼성SDI와 협력해 2차전지용 CNT를 상용화하는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2차전지 등 사용분야 다양
제이오는 20년 넘게 CNT를 연구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싱글월로 불리는 단일벽CNT(싱글월)와 소수벽CNT(씬월), 다중벽CNT(멀티월)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두 제조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싱글월은 기존 멀티월 대비 탄소 첨가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전기·전자의 흐름을 도와 충·방전 속도를 단축하고 발열량을 줄여준다.
2차전지용 고효율 배터리 생산에 많이 쓰인다. 실제로 제이오의 소재 부문 매출은 2차전지용 CNT(95%)가 차지한다. SK온, 삼성SDI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 대기업에 공급한다. 올해 5월엔 미국 테슬라를 비롯한 북미 고객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최근 실적은 녹록치 않다. 제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828억원으로 상장 첫해인 2023년 1144억원보다 27.6% 떨어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역시 458억원으로 지난해 절반을 조금 넘어섰다.
본업이었던 플랜트 엔지니어링 매출이 302억원으로 지난해(722억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탓이다. CNT등 전지 소재 분야 3분기 누적 매출이 15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105억원을 뛰어넘으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강 대표는 ‘CNT월드’이후 미래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2023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안산 1공장을 인수해 생산능력을 2000t까지 증설했다.
최근엔 CNT를 섬유로 뽑아 전선이나 모터용 구리선 대체 소재로 활용하는 고전도성 복합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과 반도체 노광공정용 펠리클 소재를 CNT로 대체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그는 “그 외에도 CNT적용 분야를 수소연료 설비 및 데이터 센터 설비 등 여러 업종으로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안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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