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주식 시장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엔비디아와 미국에서 가장 큰 비상장 기술 기업인 오픈AI 뉴스에 매일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코스피가 올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흐름의 수혜를 입은 덕분입니다. 내년 시장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화두는 하나로 모아집니다. ‘AI는 버블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연말을 앞두고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투자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낍니다. AI 버블이 결국 터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입니다. 한동안 확산되던 AI 버블론은 엔비디아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진정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엔비디아 한 기업의 실적발표를 숨죽여 기다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만약 많은 사람의 염원과 달리 AI 버블이 정말 터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AI 낙관론자들은 ‘버블’이라는 표현부터 동의하지 않습니다. AI는 세상에 없던 혁신을 가져올 산업혁명급 흐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철도, 전기, 인터넷처럼 기술 혁신이 투자 과열과 버블로 이어진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이 결국은 세상을 바꾸지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AI 거품 붕괴로 인한 주식 시장 폭락이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촉발한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합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광적인 투자는 대부분 빅테크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투자 가치가 ‘0’이 되더라도 타격은 빅테크에 그칩니다. 이들의 재무 상태는 매우 튼튼합니다. 은행은 AI 붐과 직접적으로 엮인 것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는 미국 관세 등 다양한 충격을 놀라울 정도로 잘 버텨내며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요국은 금리 인하와 재정 투입 여력도 충분합니다.
물론 금융위기로 확산 돼지 않더라도 AI 주식을 손에 쥔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합니다. 주식 투자 인구는 최근 몇 년 새 몰라보게 증가했고, 상당수가 직간접적으로 AI 관련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타격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버블은 대규모 인프라와 생태계를 단번에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역할도 합니다. 19세기 철도 버블 때 선로와 터널, 다리가 그대로 남아 자산이 됐지만, 데이터센터의 경우 칩과 서버의 교체 수명이 짧아 이런 역할에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AI에 베팅한 모두가 이익을 챙길 수는 없습니다. AI 기술이 결국 성공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것이 과거 사례의 교훈입니다. 긴 호흡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승규 한경머니 편집장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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