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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진공 상태’…천장 뚫린 환율, 일본의 길 따라가나? [EDITOR's LETTER]

입력 2025-11-24 07:00   수정 2025-11-27 10:12

[EDITOR's LETTER]

환율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주유소에서 휘발유는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섰습니다. 국제 유가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흐름입니다. 커피값도 뛰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커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7%, 9월 대비 2.4% 올랐습니다. 아이를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 보낸 학부모들은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작년보다 체감은 최소 1.5배 더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이 만들어낸 풍경입니다.

이보다 앞서 환율 급등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앞날을 예측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합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엔화를 마구 풀었습니다. 엔화 가치는 계속 떨어졌습니다.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다 같이 현금을 살포할 때는 티가 덜 났습니다.

코로나19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각국은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자 금리를 올렸습니다. 일본은 방향이 달랐습니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사후에도 이어져 일본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엔화 가치는 계속 떨어졌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 내부적 요인과 맞물려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올 상반기 “일본인들이 채소 소비를 30년 만에 줄이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12년 평균 80엔을 밑돌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50엔대로 올랐습니다. 엔화 가치가 반토막 났지만 증시는 호황이었습니다. 환율이 오르자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강화됐고 유동성은 증시로 흘러갔습니다. 2012년 말 1만대였던 닛케이지수는 올해 5만을 넘어섰습니다. 반면 일본 서민들의 삶은 어려워졌습니다. 환율 급등과 물가상승의 영향입니다. 일본의 지난 13년은 2배 뛴 환율, 5배 뛴 주가, 급등한 물가, 팍팍해진 서민의 삶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돌아볼까요. 2012년 말 환율은 1000원대였습니다. 최근 1500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가는 같은 기간 2000에서 최근 4000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이 기간 체감물가는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50% 뛴 환율, 두 배 오른 주가, 생활물가 급등. 절대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도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현재 14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달러의 진공상태’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매수 규모를 압도합니다. 국민연금도 매달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미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합니다. 반도체와 자동차로 달러를 벌어도 기업들은 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습니다. 해외에 계속 투자하려면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미 관세 협상으로 매년 200억 달러를 미국에 송금해야 한다는 것도 위험입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현상이 상당 기간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기업 실적은 경쟁력에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올해와 내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합니다. 주가에는 긍정적이지요. 일본과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코스피는 5000을 가고 환율은 1600, 1700원대를 가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일부 수출 기업을 제외하면 다른 경제주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몇몇 종목이 급등해 코스피가 올라도 세상은 그다지 떠들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흔히들 “환율은 국방력”이라고 말합니다. 유럽 재정위기 때 경쟁력 없는 나라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습니다. 유로존에 묶여 있어 환율 주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놓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환율의 급등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환율이 1500원대에 자리 잡고, 혹은 그 수준을 넘어서면 예상할 수 없는 재앙이 한국 경제에 닥쳐올지도 모릅니다.

“해외 자산이 많아 외환위기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수준으로 시장이 진정될 리 없습니다. 장기적인 외환 시장 운영 방향에 대한 밑그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이 벌어졌는데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제2의 외환위기 같은 음모론의 확산을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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