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영이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확정되기 전 통화하면서 '형 나 한 점 부끄럼 없이 할 거야'라고 했어요. 전 진영이가 그렇게 할 거라 믿습니다. 근데 저 역시 그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작곡가 김형석이 밝힌 포부다. 그는 투명성을 강화해 신뢰를 회복하고, AI를 활용하는 등 시대에 발맞춘 혁신으로 구태에서 벗어나 저작권 징수액 '1조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난 김형석은 제25대 음저협 회장 출마와 관련해 "고민이 컸다. 회장이 되면 곡 쓰는 시간이 부족할 거고, 바꿔야 할 게 많으니 말도, 탈도 많을 거다. 또 저는 세상에 내어진 사람이라 조금만 잘못되거나 문제가 생겨도 리스크가 훨씬 크다. 배수의 진을 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털어놨다.
김형석은 3개월간 음저협의 자료들을 뒤져보며 청사진을 그렸다. 가장 강력하게 피력한 것은 '투명성'이었다. 1964년 설립된 음저협은 6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이지만, 방만 경영 등으로 논란이 됐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재무제표, 사업보고서 등을 확인했다는 김형석은 "결론은 새는 돈이 많고, 불투명하다는 거였다.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니 밀실 정치 같았다. 작가의 입장으로 봤을 때 가장 필요한 건 투명성이었다. 투명해야 신뢰가 생기지 않나. 회장이 된다면 가장 먼저 PwC와 같은 세계적인 회계법인에 컨설팅을 맡길 거다. 보고서가 나오면 회원들에게 다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저기 구멍만 막다가 끝날 거냐, 아니면 진짜 도려낼 것들을 도려내느냐의 문제인데 휩쓸릴 거면 (회장 선거에) 나올 이유가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

다만, "협회는 투쟁의 역사"라면서 과오도 있었지만,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던 공까지 묻히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 예로 노래방 음악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와 국제 상호관리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한 것 등을 언급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지난해 저작권료 징수액이 4000억원을 돌파했다. 김형석은 징수액 '1조 시대'를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임기 내 목표액 '8150억'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저작권료 징수 확대, 저작권료 산정을 둘러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측과의 갈등 해결, 미용실·일반사업장 등 공연권 징수 범위 확대 등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K팝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의 징수액이 현저히 낮다는 점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그룹 블랙핑크 로제는 지난해 음저협을 탈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 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저작권 수익 관리의 효율성을 고려해 탈퇴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해외 저작권 관련해서도 음저협 자체의 내실을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전체 징수액 4300억원 중 해외 징수액은 단 370억에 그쳤다. 김형석은 임기 내 해외 징수 1000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와 협력해 'K-MLC(Korean Music Licensing Collective)'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형석은 "미국 MLC(정부가 승인한 저작권료 징수·정산 기관)가 매년 7000억원을 분배한다. K팝이 최소 2%를 차지한다고 하면 200억을 받아야 하는데, 실제 회수액은 2억 수준이다. 미등록이나 등록 오류 등이 많다. 그렇게 몇조가 쌓여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중국 MCSC와의 협업 중요성도 강조했다.
단, 국제 저작권 관련해서는 "관과 관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사단법인이었던 음저협은 올해 공직 유관 단체로 지정됐다. 김형석은 "대관업무가 중요해졌다"고 했다. 김형석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한 적이 있다. 이런 이력이 대관 업무에 영향을 미칠지 묻자 "지금은 탈당했다"면서도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각자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이 있겠지만 소통 창구가 조금 더 많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또 다른 혁신 방안으로는 AI를 활용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내세우기도 했다. 1년 내 AI(인공지능) 최고 전문가로 이루어진 'AI 특공대'를 투입해 250만 곡의 데이터 누락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 누수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김형석은 음저협에 등록된 저작물이 1400곡이 넘는 가요계 대표 작곡가다. 신승훈 '아이 빌리브(I believe)', 김건모 '아름다운 이별', 박진영 '너의 뒤에서',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나윤권의 '나였으면' 등의 곡을 탄생시켰다.
근거리에서 선후배 창작자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위치다. '요즘 작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나 화두가 무엇이던가?'라는 질문에 김형석은 "자기 음악이 세상에 내어지는 창구가 너무 작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음악이 가치를 가지려면 세상에 음악이 들려야 한다. 저작권료 징수와 분배가 협회의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가외적으로 복지재단을 통해 전 세계의 엔터사 A&R들에게 곡을 팔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또 다른 후보로는 더크로스 출신의 작곡가 이시하가 출마한 상태다.
김형석은 "그 역시 작곡가"라면서 이번 선거를 '운동회'에 비유했다. 그는 "우린 작가 집단이다. 정치 집단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선거가 끝나면 어깨동무하고 떡볶이 먹는 거다. 본질이 작가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회장이 된다면) 올인이다. 올인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4년 동안 봉사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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