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시중은행이 중소·중견기업의 고질적 승계난을 해결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복잡한 과세 제도와 어려운 사후관리 등으로 기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로 중소·중견기업 금융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들을 위한 맞춤형 승계 서비스 제공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IBK컨설팅센터에서 진행한 중소·중견기업 기업 승계 컨설팅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426건으로 집계됐다. 5년 만에 69% 급증했다. IBK컨설팅센터는 회계사와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팀이 중소·중견기업 승계 상담을 제공한다. 센터를 찾는 중소·중견기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301건)으로 300건대를 돌파한 뒤 올해 들어서는 처음으로 400건대를 넘어섰다.
창업주의 고령화 문제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후계자를 찾지 못해 기업 승계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급증한 여파로 풀이된다. 과도한 세금과 복잡한 사후관리 탓에 경영권 이전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상반기 업력 10년 이상 중소·중견기업 대표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5%가 승계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은행들은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도 대비해주고 있다. 하나은행 등에서 제공하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기업 승계가 대표적이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생전에 지분을 신탁해두고 사후에 특정 상속인에게 이전하는 식으로 승계하면 경영권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은행들은 기업 승계를 돕고 수수료 이익을 얻는다. 기업 승계 컨설팅은 무료로 하지만 M&A를 위한 인수금융 참여 등으로 추가 수수료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경영기획그룹 산하에 기업 승계 지원 조직을 신설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기업 승계를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 부문 부행장은 “정부가 연일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 중소·중견기업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업 승계를 포함해 중소·중견기업 맞춤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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