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개월 이재명 정부를 가장 괴롭힌 문제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을 꼽으라면 대부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거론할 것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대선 때 캠프에서 활동한 것도 아니다.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문가를 찾던 이 대통령에게 누군가 추천했고, 이들이 선발됐다.관세협상 주역이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 아니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엘리트 관료였다가 민간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섰기에 미국 정부 고위 관료들과 논리적으로 다투고, 이들을 설득할 ‘마스가’라는 카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 주변에 오랫동안 있었던 시민단체 출신이나 정치인이 정책실장, 산업부 장관이었다면 관세협상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도 이들과 결이 비슷하다. 두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치인이지만, 과거 이들은 대표적인 비이재명계 인사로 꼽혔다. 강 실장과 우 수석은 여당은 물론 야당 정치인과도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일부 사안을 조율하고 있다.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이 열혈 친명(친이재명)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기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일부 공감도 할 수 있기에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다음달부터 대통령실과 정부 인사 가운데 일부가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떠날 것이다. 공공기관장 인사도 예고됐다. 이재명 정부의 2차 인사 시즌이 도래한다는 의미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랜 측근을 하나둘 추가로 기용했다. 이 대통령도 그런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마다 제2의 관세협상 사태가 벌어졌을 때 김정관·김용범이 필요한지, 시민단체 및 정치인 출신의 오랜 측근이 필요한지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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