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는 지난 19일 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안을 내놨다. 아레나와 호텔 세 동,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신축 프로젝트를 2035년까지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폐광 지역의 미래를 열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이 결정을 내린 시점, 그리고 주체는 문제 소지가 있다.강원랜드는 2023년 말부터 약 2년에 걸쳐 대표 자리가 공석이다. 현재 회사를 이끄는 최철규 대표 직무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핵심 인사이자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전 정권 말기에 부사장으로 영입된 뒤 바로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 체제가 장기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원 프로젝트가 확정됐다. 직무대행의 권한과 책임을 넘어선 결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우려되는 건 강원랜드 설립 취지와 이번 투자가 가진 방향의 괴리다. 강원랜드는 ‘폐특법’에 따라 폐광지역의 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지역 경제가 무너진 곳에 특례적으로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마스터플랜은 지역 경제 회생이 아니라 리조트의 대형화와 카지노 확장에 방점이 있다. 가족 친화형 복합 리조트로 변신을 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다르다. 내국인 카지노에 의존해 돈벌이 확장에 나선 것이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강원랜드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줄었다. 이 기간 매출이 늘었는데도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 3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맞는지, 투자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비단 강원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사장 선임은 2년 가까이 지연되며 수장 없이 대규모 관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카지노를 운영 중인 GKL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직전 임명된 사장이 주도해 카지노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관광과 카지노는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동시에 도박 중독 등 사회적 위험 요소가 있다. 이들 기관의 리더십이 공고하지 않다면 관광산업의 방향성이 언제든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강원랜드의 3조원 투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전임 정부 핵심 인사가 직무대행으로 이끄는 조직이 추진한다는 점에서,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프로젝트 속도가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이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 거버넌스 정상화와 산업 전략 재설계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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