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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AI가 촉발한 ‘ESS 투자 붐’ 수혜주

입력 2025-12-03 07:00  

[한경ESG] ESG 핫 종목-삼성SDI



인공지능(AI) 열풍이 배터리 시장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챗GPT 같은 초거대 AI를 돌리는 데이터센터가 세계 곳곳에 지어지면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전기를 더 많이 쓰고 싶다고 발전소를 하루아침에 지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쉽게 말해 ‘전력망에 붙어 있는 초대형 보조배터리’로, 태양광·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역할을 한다.

2차전지 강자인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ESS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AI 시대가 촉발한 ‘ESS 투자 붐’의 가장 직접적 수혜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증권사 리포트도 AI·재생에너지 확산이 전력망 불안을 초래하고 ESS 수요를 촉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표 수혜주가 바로 삼성SDI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ESS

AI 서버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쓴다. 미국, 유럽, 한국 가릴 것 없이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전기 부족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못 내준다”는 말까지 나온다. 동시에 각국 정부와 기업은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내걸고 태양광·풍력발전을 대폭 늘리고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의 ‘변덕’이다. 해가 지면 태양광발전은 0이 되고, 바람이 약해지면 풍력도 멈춘다. 반대로 한낮에는 전기가 남아돈다. 남을 때는 버리고, 모자랄 땐 화력발전소를 급히 돌려야 하는 구조다. 이 틈을 메우는 장치가 ESS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낮에 태양광으로 남는 전기를 ESS에 저장해두었다가 해가 지고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시간대에 꺼내 쓴다. 데이터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전력 피크 시간대에 갑자기 서버가 꺼지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니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위에 바로 서버를 올릴 수 없고, 중간에 ‘완충 역할’을 하는 ESS를 반드시 끼워 넣어야 한다.

AI 시대에 ESS 투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보다 ESS를 깔아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 훨씬 빠르고 싸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사업은 크게 소형 전지(IT·전동공구 등), 중대형 전지(전기차·ESS), 전자 재료로 나뉜다. 이 중 AI 시대와 가장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 중대형전지, 그중에서도 ESS용 배터리다.

삼성SDI는 원통형·각형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에서 안정적 입지를 다져왔다.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 유럽의 전력망 ESS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삼성SDI의 중대형 전지 부문은 ‘전기차+ESS’ 두 축으로 성장 중이다. 그동안은 전기차 비중이 훨씬 컸지만,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ESS 수주 문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SDI 입장에서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과 기술을 활용해 ESS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생산설비, 소재 체인, 안전 설계 노하우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신규 투자 대비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특히 삼성SDI는 ESS 안전 부문에 강점을 지녔다. 셀 설계 단계에서부터 발열을 낮추고, 셀 간 화재 전이를 차단하는 구조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을 이용한다. 가격이 비싸도 안전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LFP 배터리도 강화

ESS용 배터리는 크게 리튬인산철(LFP)과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삼원계로 나뉜다. LFP는 가격이 싸고 수명이 길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삼원계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출력이 좋은 대신 상대적으로 비싸고 일부 원재료 환경·인권 이슈가 걸려 있다.

삼성SDI는 그동안 삼원계 강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ESS용으로는 LFP 라인업도 강화하는 중이다. 장기간 충·방전을 반복하는 ESS의 특성을 고려하면 LFP의 장점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고성능 삼원계와 ESS용 장수명·고안정성 LFP를 나눠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이다.

ESG 관점에서 보면 이 전략은 나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로 볼 수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제품을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 개선,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동시에 LFP 제품으로는 코발트 등 광물 의존도를 줄이고 더욱 안전한 ESS 인프라를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ESS 배터리 제품으로 준비하는 라인업에도 그 방향성이 담겨 있다. 삼성SDI는 신제품으로 SBB 1.7(NCA, 6.14MWh)과 SBB 2.0(LFP, 4.47MWh)을 준비하고 있다. LFP 각형 배터리와 대형셀화, 4시간 방전 가능 등 ESS 배터리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가 전망은

삼성SDI 주가는 한동안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중국 배터리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조정을 받았다. 전기차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ESS가 뜨면서 평가가 달라진 건 사실이다.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 삼성SDI의 단기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591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배터리 부문 적자만 6000억 원이 넘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로 올해만 누적 영업손실이 1조4232억 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SS 수주가 이어지는 만큼 수주가 이익에 반영되는 시기를 고려해서다. 추가로 수주가 쌓이면서 이익 상승폭이 커진다는 계산이다. 주가 방향성도 실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수주가 꾸준히 나오면서 중장기 실적 개선 기대가 계속 커지는 흐름과 동시에 실제 실적 개선 흐름이 확인되면서 주가 상승을 자극할 전망이다.

목표 주가 전망치가 급격히 높아진 것도 ESS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목표 주가 평균은 3개월 전 23만8000원에서 36만9000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사업부인 전기차 부문의 본격적인 판매 회복 시점은 2027년 하반기~2028년으로 예상되지만 ESS 사업 부문은 미국 내 라인 전환을 통해 2026년부터 현지 매출 인식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EV 생산 대비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의 금액 수취가 가능하다는 점으로 동사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형 기술을 갖춘 삼성SDI가 각형 LFP 배터리가 주도하는 ESS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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