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20일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를 도울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국내 기업이 뒤처지지 않고 성장하려면 투자 자금을 확보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의,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기업 투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니 금산분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금산 분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며 “AI 시대에 막대한 자본이 요구되는 시점에 새로운 투자자금 조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발언은 세계 각국이 대규모 투자와 자금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도 혁신적인 자금 조달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패권 경쟁은 기업 자본 조달과 정부 지원을 통한 투자금 확보 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AI 데이터센터와 발전 시설 투자 지원에 적극적이다.
최 회장은 “기업과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서 어떻게 하면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 숙제를 해낼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글로벌 AI산업 경쟁에서 생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대대적인 규제 완화 없이는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30년 전만 해도 연 9.4% 성장했고 이 중 8.8%포인트를 민간이 담당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1.5%포인트에 불과하고 5년마다 1.2%포인트씩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하락세가 계속되면 203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선다”며 “절체절명의 시기인 5년 안에 규제를 철폐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전체의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도 민간 요구에 따라 자본 조달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산분리의 핵심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합한 자본 조달 방식과 범위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