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에 들어가면 특목고 진학 가능성이 더 높아지잖아요. 명문대 진학으로도 이어질테니 일단 지원 해야죠.”지난 20일 서울 중곡동 대원국제중에서 열린 2026학년도 신입생 추첨 현장. 평일 오전에 진행된 행사였지만 강당 300석은 국제중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로 가득찼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학부모부터 접수증이 구겨질까 파일에 넣어 들고서 연신 수험번호를 되뇌는 학부모까지 현장에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산추첨으로 20분간 120명의 합격자 수험번호가 모두 발표되자 현장 곳곳에서 탄식과 한숨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경쟁률이 23.55대 1에 달했던 만큼 이날 참관한 학부모들의 자녀 대부분은 낙첨됐기 때문이다. 서울 아현동에서 왔다는 김모씨는 "특목고 진학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지원한 것 같더라"며 "경쟁률이 높아 당첨이 어렵겠다고 예상하긴했지만 막상 떨어지니 아쉽다"고 말했다.
연 1000만원에 달하는 학비에도 최근 국제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시내 국제중 두 곳(대원·영훈)의 2026학년도 신입생 지원자는 5474명으로 개교 이후 가장 많았다. 이는 서울시내 초등학교 6학년 학생(6만1619명)의 8.9%에 해당하는 규모로, 2022학년도 3242명에서 4년 만에 68.8% 증가했다.

국제중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특목·자사고 진학 실적이다. 특목·자사고는 대부분 영어 교과성적과 학생부 중심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과 탐구·발표·독서 활동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국제중의 정규 교육과정이 이러한 활동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관련 세특을 쌓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2월 졸업생 기준 대원국제중의 특목·자사고 합격률은 70.9%, 영훈국제중은 58.5%다.
대학에서도 학생부 반영 비중이 확대되면서 국제중의 교육 방식이 대입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학생때부터 탐구·발표 경험을 충분히 쌓은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에도 세특과 수행평가 등에서 강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강북구 미아동에서 온 한 학부모는 "학군지가 아니다 보니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불리할 것 같아 국제중에 지원했다"며 “국제중을 발판 삼아 세특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특목·자사고까지 진학할 수 있다면 대입에서도 더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목고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학생들이 국제중으로 몰리면서 중학교 진입 단계부터 학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추첨제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실력이 뛰어나고 토론·발표 수업에 능한 학생들이 대부분 지원해 합격하고 있다"며 "지원 추세를 보면 대학 입시로 이어질 수 있는 학력 격차는 초등학생이 중학교로 진학하는 단계부터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 교육진영은 이러한 이유로 ‘자사고·외고·국제중을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재직 중이던 2020년,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서울교육청의 국제중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일반중학교로의 전환 절차를 밟게 됐다. 국제중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운영 등이 주요 탈락 사유로 지적됐다. 두 학교는 이후 2022년 법원 소송에서 지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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