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대책은 조정대상지역 확대는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대출 규제 강화 등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한 달여를 지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자산 양극화만 키운 정부 실패라는 야권의 거센 공격 속에 언론에서도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란 표현이다. 무심코 이런 말을 자주 하지만 이는 단어를 정확히 쓰지 않은, 잘못된 표현이다.언론에 ‘수도권’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60년대 들어서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관련이 깊다. 산업화 추진으로 서울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라의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집중됐다. 이를 반영해 1982년에 출간한 <국어대사전>(민중서림 간)에서 ‘수도권’을 표제어로 올렸다. 특이한 것은 이때만 해도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까지 이르는 말로 통했다. 사전 편찬 작업이 보수적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1970년대 중반부터는 일상에서도 ‘수도권’이란 말이 활발하게 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언론에서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수도권’이 빈번하게 나오는데, 이 역시 산업발전 과정과 무관치 않다. 1991년 <금성판 국어대사전>에서는 수도권을 표제어로 올리면서, 지금과 같이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인천을 포함하는 말로 정리했다. 그러니 맨 앞에서 살펴본 예문의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란 표현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요 지역’ 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 식으로 해야 바른 말이다.
‘권(圈)’은 ‘우리 권’ 자다. ‘우리’란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둥글게 에워싼 가축의 우리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권역이나 둘레, 범위 같은 뜻이 나왔다. 가령 ‘역세권’이라 하면 기차나 지하철역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주변 거주자가 분포하는 범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도보 10분 이내로 접근 가능한 거리 내 지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떤 명사 뒤에 붙은 ‘-권’은 그 명사를 포함하는 범위를 나타낸다.
애초에 말 자체가 모호한 개념인 경우가 있다. ‘최근, 얼마 전, 거시기’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이들이 주관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은 쓰는 이에 따라 3~4일 전부터 한 달 또는 1년 전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말은 저널리즘 언어로 적합하지 않아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수도권’은 의미가 정리된 단어다. 사용자가 이를 헷갈리는 것은 우리말을 익히는 데 소홀해서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은 여전히 방황하는 말이다. 단어를, 특히 개념어를 정확히 잘 써야 한다. 그래야 논리적이고 뜻이 명료한 글이 나온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