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 재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인적분할로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반면 신설법인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단기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적분할로 지난달 30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 오는 24일 변경상장과 함께 거래가 재개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역시 같은 날 재상장되면서 거래가 가능해진다.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일부와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각각 배정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인적분할을 선언하고 순수 CDMO만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순수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로 회사를 쪼갰다. 바이오 투자 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 밑에는 바이오시밀러를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플랫폼 개발사 에피스넥스랩을 뒀다.
인적분할은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고객사들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고객사와 경쟁하는 것을 우려해왔던 점이 고려됐다. 오리지널 의약품 생산을 맡기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기술이 복제약을 만드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실제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제약사 상위 20개사 중 8곳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11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CDMO 고객사 포트폴리오와 중복된다.

이 때문에 인적분할을 계기로 이해상충 요소가 사라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적분할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86조9000억원 수준으로 분할 비율(65:35)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6조6000억원, 삼성에피스홀딩스는 30조4000억원으로 평가받게 된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3.2%로 글로벌 CDMO 평균(11.8%)을 압도하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도 46.3%로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이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CAPA)과 수익성이 분할 후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바이오시밀러 사업과의 이해상충이 해소되면서 블록버스터 항체 치료제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는 시기(2026~2028년)에 수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한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적정가치를 96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분할 전 대비 71%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실적은 견고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3분기는 창립 이후 최대인 1조6602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영업이익은 72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3%나 늘었다. 1~4공장이 풀가동된 데다 우호적 환율 효과 등이 겹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4월 5공장 가동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78만4000L의 생산능력도 확보했다. 증설 예정인 6~8공장까지 합치면 생산능력은 132만4000L로 늘어나게 된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24만L의 4공장이 풀가동돼 3분기에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추정 시총은 86조4000억원 수준으로 분할 전 대비 51.5%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신설법인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경우 이익이 나는 비즈니스모델을 확인하기 전까지 주가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순자산 가치 기준'의 분할 비율에 따라 시총이 30조4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 투자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이익이 나는 자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밖에 없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 당기순이익 3719억원, EBITDA 4994억원 등을 고려해 글로벌 비교그룹(피어)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면 9조~12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적정하다는 평가다.
정 연구원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상장 초기 비상장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가치만 반영될 수밖에 없어 기계적인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에피스홀딩스 분할 전 시총 평가인 30조원은 추정치인 9조1000억원과 괴리가 크다"며 "다만 분할 이후 가치는 자회사의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 및 신규 물질 사업과 신약·시밀러 개발 비즈니스 속도 등의 가치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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