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재치와 집요한 탐사력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로 불리는 메리 로치의 신작 <자연이 법을 어길 때>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번엔 곰, 원숭이, 조류, 노거수(老巨樹) 같은 동식물이 인간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순간을 추적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끄집어낸다.
저자는 문제의 현장으로 직접 발을 옮긴다. 미국 콜로라도 애스펀의 뒷골목, 인도령 히말라야의 작은 마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광장까지. 그곳에서 곰 관리인, 야생동물 갈등 조정 전문가, 벌목공·발파공, 동물 공격을 조사하는 법의학 수사관 등 자연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의 경험은 한 가지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한다. 동물은 법을 어기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먹고, 싸우고, 새끼를 보호하는 본능을 따를 뿐이다. 갈등의 근원은 자연이 아니라 그 본능을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오해해 온 인간이다.
책은 도시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곰 이야기로 문을 연다. 문제 곰을 다른 지역에 풀어놓는 ‘재배치’는 언뜻 손쉬운 대응책처럼 보이나, 로치는 그저 문제를 다른 곳으로 떠넘기는 ‘안심용 처방’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인간 쪽에 있다. 쓰레기 관리의 사소한 허점 하나가 야생동물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의 취재 역시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호의는 시간이 지나면 인간 음식을 탐하는 공격성으로 변질하며, 갈등은 더 큰 위험으로 확장된다.조류와 인간의 충돌도 마찬가지다. 공항과 도심에서 인간은 대개 새를 통제하려고 소음·레이저·폭발물 같은 극단적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로치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은 조류 퇴치라기보다 앙갚음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오래된 나무를 ‘위험 나무’로 분류해 일괄 제거하는 관행 역시 그가 비판하는 대목이다. 썩어 가는 나무는 수많은 생명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며, 생태계에서는 오히려 중요한 ‘기반시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책의 백미는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관한 탐사다. 자동차를 포식자로 인식하는 동물들은 차량 속도를 예측할 능력이 없어 사고를 당한다. 로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태 통로, 경고 장치, 마이크로파 감지 기술 등 시행 중인 다양한 실험을 소개한다. 과학적 접근은 단순한 감정적 대응보다 훨씬 실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는 종종 이런 원칙을 망각한다. 개체 수 관리에 쓰이는 피임 기술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도 정책 결정자들은 즉각적 변화를 기대한다. 특정 유전자를 집단 전체에 퍼뜨리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둘러싼 논란 역시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표면적으로 효율적이지만, 생태계 전체에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로치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분노하는 ‘자연의 범법자들’은 정말 문제의 원인인가. 저자는 갈등의 뿌리를 인간의 무지와 오해에서 찾는다. 야생동물을 통제 대상이 아니라 독립된 생태적 존재로 바라볼 때 비로소 공존의 길이 열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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