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거품을 논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미국 일부 기술주와 달리 한국 기술주는 거품이 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거품 논하기 일러”
21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한 5인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날 증시 급락에 대해 “AI주 과열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파르게 증시가 오르 뒤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데 따른 조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역시 “미 나스닥지수가 8개월 째 오른 적은 30년 간 한 번도 없다”며 “이번에도 7개월 간 상승한 뒤 조정에 진입한 만큼 한국 증시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AI 거품론에 대해서는 “지금은 버블 초입 구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버블이 터질 걱정을 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술주와 코스피지수는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32배다. PER 100배를 넘어서는 팰런티어 등 미국 기술주 대비 월등히 싸다. 게다가 한국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35.7%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평균(14%)의 2.5배다. 최광욱 더제이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의 EPS 상승을 주도하는 게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주”라며 “AI가 가져올 산업 혁명을 믿는다면 지금은 AI 관련주를 매수하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증시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엔비디아나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수익성 논란이 없을 테지만 수익 대비 투자금이 더 많아 논란이 되는 메타 등을 중심으로 AI 버블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증시 조정이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단기 피난처는 소비·배당株”
전문가들은 대부분 오는 12월~1월께 국내 증시가 재반등에 나설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김태홍 대표는 “12월까지는 3700~4000선 사이로 움직이며 조정을 받다가 1월부터는 4000선 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 센터장도 “고점 대비 5~10% 내외의 조정을 받고 내년부터는 다시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관련 기업 주가는 실적 증가율이 꺾일 때까지는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는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AI 거품론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며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를 거듭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한창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주가가 더 빠지면 본격적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욱 대표도 “예탁금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인 것을 고려하면 유동성의 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대표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최소 1년 더 남았다”며 “반도체 주가는 실적이 고점을 찍기 6개월 전부터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최소 내년 6월까지는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일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태홍 대표는 “셧다운을 종료한 미 정부가 각종 지급을 시작하고 12월 미 중앙은행(Fed)이 양적긴축(QT)을 종료하면 단기 유동성 경색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피난처로 가치주와 소비주 등을 꼽았다. 반도체주가 가는 동안 쉬어왔던 가치주나 배당주가 3차 상법개정을 계기로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KT&G(2.68%), 신한지주(0.39%) 등은 시장 급락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진우 센터장은 “중국의 일본 제한령을 계기로 조정장에 따르 주도주 공백을 화장품이나 카지노주 등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며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크지며 수급이 관련 종목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양지윤/나수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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