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산업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K콘텐츠가 만들어낸 파급력은 이미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서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3년 2500억달러 규모이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2027년 48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3% 안팎 성장할 때 이 산업은 17~20%씩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이 숫자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가 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인가.” 많은 도시가 손을 들었다.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LA)는 창업과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영국 런던은 미디어와 예술 생태계를 기반으로, 싱가포르는 자본과 플랫폼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지난 3년, 시장의 흐름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세계의 시선이 서울에 꽂히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의 경쟁력은 의외로 단순하다. 서울은 물리적·산업적·문화적 인프라가 가장 짧은 거리 안에 압축된 도시다. 강남과 상암DMC에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산업이, 동대문과 DDP에는 패션·제조 클러스터가, 삼성동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정보기술(IT) 기업이, 성수동에는 브랜딩·편집·디자인 스튜디오가, 홍대와 연남동에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자리 잡고 있다. 크리에이터산업은 더 이상 플랫폼에서 조회수를 획득하는 산업이 아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상품을 제작하고, 유통망을 열고, 세계와 연결하는 산업이다. 그 과정에서 서울만큼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도시는 드물다.
플랫폼은 언제든 바뀌지만, 크리에이터가 일하고 연결되는 기반은 도시가 만든다. 그래서 플랫폼이 흔들릴수록 도시는 더욱 중요해진다. 도시는 알고리즘이 바뀐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재작년에 이어 작년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인플루언서 페스티벌 ‘서울콘’에 50개국 이상에서 3500여 개 팀의 인플루언서가 모였다. 플랫폼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에 모인 것이다. 이 움직임은 그저 한 번의 축제가 아니라 도시가 크리에이터산업의 새로운 거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도시는 반복되는 축제를 통해 ‘산업의 수도’가 된다. 칸 영화제, 라스베이거스 CES, 밀라노 패션위크가 산업의 중심지가 된 이유는 하나다. 반복과 축적이다. 한 번의 성공은 이벤트지만, 열 번의 성공은 ‘역사’가 된다. 서울에서도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허브를 표방한 대형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그중 대표적 사례인 서울콘은 이미 글로벌 인플루언서·K뷰티·패션·게임·콘텐츠를 동시에 묶어내고, 도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결합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 기존 패션·뷰티·게임·미디어산업의 집적 그리고 도전적인 창작 생태계까지.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도시 경쟁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이며, 서울은 그 변화의 전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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