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부분은 기업 관련 분쟁에서 민사 책임이 중심이고, 규제도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은 CEO에게까지 책임을 확장하는 사례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이다. 현장 지시 여부와 무관하게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완벽하게 구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영진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다. 공정거래법도 담합 등 불공정거래가 적발되면 실무자뿐 아니라 경영진까지 조사한다.
25개 고용·노동법에 산재한 처벌 조항만 357개이고, 이 가운데 65%가 사업주를 직접 겨냥한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형사책임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법 조항이 8400개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한국경제인협회)도 있다. 실제로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이런 규제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에서 한국 법인장 자리를 기피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안전·보건 관련 비용이 급증하자 투자 계획을 조정하거나 아예 철수를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조선 외 분야에 총 20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면서 산업 공동화 가능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해외 투자 유치를 늘려 이 공백을 메우려면 과도한 CEO 처벌 규제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불가항력적 사고나 구조적 위험까지 경영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기업이 선뜻 한국에 투자하겠는가. 노사 분쟁이나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진이 교도소에 갈 수도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한국의 투자 매력도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