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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수술 로봇 규제

입력 2025-11-21 17:29   수정 2025-11-22 00:21

“외과 의사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마음, 여자의 손이 있어야 한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수술실 집도의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담력, 세심한 손놀림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훌륭한 의사에게 요구되는 재능과 자질은 그만큼 비범하다. 하지만 현대 의학계에선 마음을 제외한 눈과 손 문제에 해법이 생겼다. 날로 발달하는 로봇 기술이 그 원천이다.

수술 로봇은 의사가 모니터를 보며, 수술 기구를 원격으로 조작하는 의료기기다. 3차원(3D) 고해상도 영상이 눈을, 떨림이 없는 다관절 로봇 팔이 손을 대체한다. 로봇을 활용하면 최소한의 절개로 수술이 가능하다. 출혈과 통증이 적고 회복 기간도 짧다. 신경이나 혈관 손상도 막을 수 있다.

올해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은 111억달러(약 16조3700억원)로 추정되며 매년 15~20%씩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 분야의 절대 강자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다. 분기 매출이 25억달러(약 3조69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크다. 미국이 수술 로봇 시장을 장악한 건 특허 독점으로 해외 경쟁사를 견제하는 데 성공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빠른 심사도 이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FDA 인허가 절차는 1년 안팎이면 끝나는데, 이후 곧바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한국은 수술 로봇 불모지다. 제품 인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기업들이 버텨내지 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효성과 안전성 심사(3~6개월)를 통과하는 게 첫 단계다. 그 후에도 여러 기관에서 혁신의료기술심사(3~6개월), 침습안전성평가(최장 3년) 등을 거처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검토받기 위한 신의료기술평가(최장 1년)와 보험 등재(6~12개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애써 인허가를 받았더니 구닥다리 기술이 됐다는 푸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환자들의 안전을 점검하는 절차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5~6년을 들여다보겠다는 건 누가 봐도 지나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업 총수들과 만나 “규제 문제를 지적해주면 즉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수술 로봇 문제도 꼭 점검해봐야 할 사안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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