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연간 수백억원대 보조금을 지원하는 마을버스 업체 상당수에서 회계 부정과 사적 자금 유용 정황이 확인됐다. 일부 업체는 대표나 그 가족들이 회사 명의로 고급 외제차를 굴리고 수억원대 무이자 대출까지 받아가는 등 사실상 사금고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윤영희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시가 지원한 97개 마을버스 회사 중 상당수가 공공보조금이 포함된 자금을 버스 사업 외 다른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나 가족 등에게 거액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빼준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장부상 이 같은 가지급금 잔액을 보유한 마을버스 업체는 총 36곳으로, 규모는 총 200억원에 달했다. 최대 36억원을 빼간 회사도 적발됐다.
가지급금은 현금 지출이 있었지만 계정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임시로 쓰는 미결산 계정이다. 세법상 특수관계인에게 업무와 무관하게 빌려준 자금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본다. 이런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 형법상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A사는 지난해 대표에게 17억여원을 빌려줬다. B사도 대표 일가에 12억원 이상을 장기간 무이자로 대여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이렇게 빼간 돈을 갚지도 않고 서울시로부터 적자 보전금을 받은 뒤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마을버스 측이 스스로 작성한 재무제표만 봐도 “환승 손실로 업계 전체가 적자”라는 마을버스조합 측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마을버스 전체 회계감사 결과 흑자를 낸 마을버스 업체는 2022년 25곳에서 2023년 67곳으로 늘었다. 미감사 업체까지 회계 기초자료를 더해 138곳을 분석하자 지난해 흑자 업체는 99곳(71.7%)으로, 이들이 올린 영업이익은 252억7000만원에 달했다.
사적 용도로 쓴 자금을 회사 비용으로 계상하는 등 횡령 사례도 적지 않다. C사는 대표 일가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84㎡ 규모)를 회사 사무실 주소로 등록해 두고 매월 30만원 안팎의 아파트 관리비 등을 비용으로 처리해 왔다. 이 회사는 법인 명의로 벤츠 차량 2대를 포함한 승용차 4대를 업무용 차량으로 유지하면서 리스료·유류비·통행료 등으로 한 해 14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대표에 대한 가지급금 잔액도 2023년 6억5800만원에서 지난해 8억800만원으로 1년 새 1억5000만원 늘었다.접대비와 여비·교통비, 차량유지비 등 업무 외 경비를 과도 지출한 업체도 다수 확인됐다. 마을버스 운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비를 법인카드로 쓰고 증빙 없이 처리한 것이다. 전체 마을버스 회사 중 연간 접대비를 1000만원 초과 지출한 기업이 3곳, 여비·교통비를 1000만원 초과 지출한 기업은 3곳에 달했다. 특히 차량유지비의 경우 12개 업체가 해마다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조금을 부풀리기 위한 편법 운행 사례도 적발됐다. 한 마을버스 업체는 오전·오후 투입 차량을 교대로 바꾸는 수법으로 실제 필요한 차량 대수보다 적은 인가를 받아 노선을 운영해 왔다. 서류상으로는 차량 5대로 운행해야 할 구간을 실제로는 6대를 투입해 교대 운행했으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산정 기준보다 최대 두 배 이상 보조금을 부풀려 수령했다.
조합 측은 수년 전부터 서울시에 버스 교체를 요청했으나 묵살당했고 기사들이 급여가 높은 시내버스로 이직하는 탓에 운영 대수를 늘리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김용승 마을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은 “운영이 안 되고 있는 버스는 대부분 수리 중이거나 예비 버스로 대기 중인 상태”라며 “기사를 채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경영하고 있는 노선이 많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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