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통계국(BLS)이 21일(현지시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전격 취소했다. 이로써 미국 중앙은행(Fed)는 오는 12월 10일 금리결정을 앞두고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 없이 통화정책을 판단해야 하는 ‘데이터 공백’ 국면에 들어섰다.
BLS는 이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일부 조사항목의 가격 데이터를 소급해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당초 11월 7일 발표 예정이었던 10월 CPI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11월 CPI 역시 기존 발표일(12월 10일)에서 연기돼, Fed의 FOMC 금리결정 이후인 12월 18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PI는 조사원의 현장 방문, 전화 통화, 온라인 가격 수집, 가계 설문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구성되는데, 셧다운 기간에는 현장조사와 전화조사가 모두 중단됐다. 이 때문에 BLS는 “조사 누락분을 소급해 확보하기 어렵다”며 발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도 연준의 핵심 선호 지표인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발표가 ‘재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 예정일은 당초 11월 26일이었으나 새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Fed 내부에서는 최근 ‘데이터 포그(data fog)’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Fed가 핵심 경제지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상황 판단이 흐릿해지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0월 말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회의록에서도 불완전한 정보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제롬 파월 의장은 10월 회의 직후 “지금 상황은 일시적”이라면서도 “모든 데이터를 가능한 한 수집해 신중히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개 속에서 운전할 때 속도를 늦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향후 정책 조정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11월 21일 “단기적으로 추가 조정 여지가 있다”며 조만간 또 한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비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데이터 공백에도 정책 판단을 내릴 만큼 정보는 충분하다”고 말하는 등 Fed 내부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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