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무역수지를 유심히 보는 전문가라면 올해 수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배추 무역수지가 1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어서다. 23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배추 무역수지는 423만3000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배추 수출이 가장 많은 11~12월 실적을 감안해도 연간 흑자 전환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배추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것은 익숙지 않은 일이다. 지독한 무더위로 배추 농사가 어려웠던, 그래서 가격도 폭등했던 작년에도 무역만큼은 370만달러 흑자였다. 배추로 적자를 본 해는 온 나라가 ‘배추 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던 2010년(295만3000달러 적자)이 마지막이었다.
일단 수출이 줄었다. 지난 10월까지 배추 수출량은 3675.8t으로, 작년 같은 기간(4137.1t)보다 11% 정도 줄었다. 수출금액은 279만8000달러에서 218만5000달러로 20% 넘게 감소했다. 배추는 ‘K푸드’로 불리진 않지만, 김치 맛을 잊지 못하는 해외 교민들을 겨냥해 절임 배추 형태로 나가는 물량이 많다 보니 그동안 백만달러 넘게 해외로 팔려 갔다.
수출은 줄어드는데 수입은 전례 없이 폭증했다. 올해 1~10월 배추 수입량은 1만9123.1t으로 거의 2만t에 육박한다. 작년 전체 배추 수입량이 4135.2t인데, 이보다 다섯배 가까이 많다. 수입금액도 지난달까지 641만8000달러로, 지난해 연간치(229만달러)의 세배에 가깝다.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0년 이후 배추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마지막 적자’였던 2010년이다. 그해 수입된 배추 물량은 1만3564.9t이었다. 이상기후로 여름철 배추 도매가가 ㎏당 1만원을 넘길만큼 치솟다 보니 수입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그때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배추 농사를 못 지어서 가격이 뛰었다”는 비판도 나올 정도로 배추가격은 워낙 파장이 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4대강 둔치에서는 9~10월 소비하는 준고랭지 배추를 재배하지 않는다”고 일간지에 칼럼을 실었을 정도다.
올해는 배추 파동이 없다. 그런데 벌써 수입량이 2만t에 근접했다. 우선 올해도 배추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도 늘었다는 해석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까지 배추(상품) 포기당 연평균 소매가격은 5083원이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4764)보다 높다. 올해 배추값은 9월 들면서 다소 안정세를 찾았지만, 올 1분기만 하더라도 포기당 가격이 전년 대비 1000~2000원 정도 웃돌았다.
정부 수입도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의 배추 수입량은 지난해 149t에서 올해 1655t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통계에 착시효과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배추를 가리킬 때 흔히 말하는 ‘통배추’가 아닌, 이른바 ‘쌈배추’로 불리는 알배기 배추 수입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의 수출입 통계상 일반 통배추와 알배기 배추는 동일한 품목 코드로 잡힌다. 무역 거래에서 상품 분류 기준인 HS코드(0704.90.2000)가 같아서다. 쉽게 말해 통배추를 들여오든 쌈 배추를 들여오든 똑같이 배추 수입으로 잡힌다는 의미다.
쌈배추는 다르다.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작고 부산물이 많지 않다. 원산지 표시 부담도 없다. 중국산 쌈 배추를 음식에 부수 재료로 쓸 때는 원산지 표시할 의무가 없다. 예를 들어 샤브샤브집에서 식자재로 중국산 쌈 배추를 써도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채소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추의 품목별 비중을 보면 여전히 통배추 거래량이 쌈배추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쌈배추 거래금액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