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첫 시즌부터 잘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시작하는 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년 LPGA투어 진출을 앞둔 황유민의 얼굴에서는 ‘들뜸’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한 각오, 결의가 느껴졌다. 지난 22일 경기 여주 더시에나벨루토CC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황유민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일 자신도, 준비도 돼 있다”고 다부지게 각오를 밝혔다.
잠시 숨 고르기를 거친 그는 10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하는 ‘하와이의 기적’으로 LPGA투어 직행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지난 9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대보하우스디챔피언십까지 우승해 3년간의 KLPGA투어 활동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올해는 목표로 잡았던 것을 모두 이룬 100점짜리 시즌”이라며 활짝 웃었다.
LPGA투어 우승은 한국 여자골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최고의 사건’이었다. 최근 몇 년간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줄어들었다는 우려가 이어졌는데 황유민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부흥을 예고했다. 비회원 우승, LPGA투어 직행은 박인비 유소연 김아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미국 진출 루트로, 황유민이 5년 만에 되살렸다.
황유민은 “우승 덕분에 2년 풀시드를 얻어 LPGA투어에 적응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얻은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4일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열리는 Q시리즈 최종전 출전을 신청한 상태였다. 지난달 우승으로 2년 풀시드를 따내 Q시리즈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황유민은 “롯데챔피언십 우승 직후에 매니지먼트사에서 ‘내일 Q시리즈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하는 순간 정말 짜릿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우승의 기쁨보다 Q시리즈에 안 간다는 기쁨이 커졌다”고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보였다.
황유민은 “올해 여러 메이저대회를 경험하면서 쇼트게임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이동 거리가 긴 LPGA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겨울 동안 체력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자리에서도 핀을 곧바로 노리는 저돌적인 플레이는 황유민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이제 ‘돌격대장’은 내려놓을 생각이다. 황유민은 “돌아보니 그간 플레이가 무모했던 적도 적지 않았다”며 “메이저대회를 경험하면서 무모한 돌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이제는 좀 더 전략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려고 노력한다. 돌아갈 때는 돌아가고, 잘라갈 때는 잘라가는 ‘영리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유민의 다음 꿈은 2028년 열리는 LA올림픽이다. “어릴 때부터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느끼며 선수의 꿈을 키웠어요. 아마추어 때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죠. 꼭 올림픽 무대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민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
여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