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8월 WTO 체제 종식을 선언하고, 새로운 무역 질서를 ‘트럼프 라운드’라고 명명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서 WTO 필요성을 앞장서서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G20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에 참석해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WTO 기능 회복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지난 30여 년간 이어온 WTO 중심의 다자무역 체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무기로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쌓고 있어서다. 지난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반대로 정상회의 결과물인 ‘경주 선언’에 WTO 체제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빠졌다.
이 대통령은 “내년 아프리카에서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한국이 선도해온 ‘투자원활화협정’이 내년 WTO 각료회의에서 공식 협정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G20 정상회의를 보이콧한 가운데 채택된 정상 선언문에는 WTO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원활화협정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절차를 간소화·투명화하는 게 핵심이다.
한국이 의장국인 중견 5개국(한국·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멕시코) 협의체인 ‘믹타’(MIKTA) 정상 회동에서도 “믹타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글로벌 다자주의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공동 언론 발표문이 채택됐다.
이 대통령은 지속가능성 경제 성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해 총생산 증가와 장기적 부채 비율 감소를 도모하는 성과 중심의 재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회복력 있는 세계’를 주제로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과 햇빛·바람소득 정책을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세 번째 세션에서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또 “광물 보유국과 수요국이 혜택을 공유하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동포간담회를 끝으로 남아공 방문 일정을 마치고 중동·아프리카 순방 마지막 국가인 튀르키예로 출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튀르키예 현지 매체 아나돌루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튀르키예는 글로벌 차원의 혁신과 투자, 경쟁을 함께 추구하는 전략적 파트너”라며 방위산업·원전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가 흑해 연안 시놉 지역에 4.8기가와트(GW) 규모로 추진 중인 ‘시놉 원전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튀르키예의 원전 역량 제고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요하네스버그=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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