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내년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다시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공사 정규직 노조가 “정부가 공사를 ‘노란봉투법 1호 시범사업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이 가능해지면서 기업과 노조는 물론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노노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장기호 인국공 노조위원장은 지난 13일 사내 내부망을 통해 “정부가 강원랜드와 함께 공사를 노란봉투법 1호 시범사업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며 “민주노총(소속 하청 노조)의 대규모 파업이 우려된다”고 밝혔다.장 위원장은 20일 노조 설립 30주년 기념식에서도 “노란봉투법 시범사업장 추진을 거부한다”며 “제2의 인국공 사태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국공 노조는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으로 인천공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들을 대표하고 있다. 인국공 노조는 지난달 대통령실 방문, 이달 7일과 12일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면담 등의 사실을 공개하며 정부 측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 등은 “노란봉투법 1호 사업장을 내부적으로 특정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의 사용자 범위를 원청의 사업주까지 넓히는 내용이 골자다. 하청 노조의 협상력이 커지는 만큼 원청 노조가 독점하던 교섭권과 영향력이 줄어든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가 노란봉투법 시범사업장 추진에 반발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 갈등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공항에서 파업을 벌이며 노란봉투법 시행과 정규직 전환 문제를 쟁점화했다. 인국공 노조 관계자는 “공사가 노란봉투법 시범사업장 추진 사실을 숨기고 있다”며 “한국노총과 연대해 제2의 인국공 사태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여파도 여전하다. 공사에 따르면 2017년 2조4306억원이던 공사 매출은 지난해 2조5481억원으로 약 5%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1164억원에서 4806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치 이후 공사가 자회사에 지급한 위탁 용역비는 2017년 3645억원에서 지난해 6863억원으로 약 88% 늘었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둘러싼 혼선을 줄이려면 공공기관별 노사·노노 협의 구조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천국제공항 등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원·하청 관계가 복잡한 공공부문일수록 원청 노조의 불안이 더 크게 표출될 수 있다”며 “앞으로 노노 갈등이 더 격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원·하청 노조와 원청 사용자 간 교섭 절차를 구체화하는 노란봉투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다.
권용훈/곽용희/인천=강준완 기자
▶노란봉투법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자회사·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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