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99.13
(91.46
2.24%)
코스닥
916.11
(22.72
2.42%)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유동성 잔치 대신 회초리?…Fed가 경고한 '그림자 금융' 위험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입력 2025-11-23 08:38   수정 2025-11-23 08:49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한 주 미국 증시는 황소(강세론자)와 곰(약세론자) 모두를 함정에 빠뜨린 '변동성 끝판왕'의 장세였습니다. 끝나지 않는 인공지능(AI) 버블론 속 엔비디아 실적, 사상 최장 미 연방정부 셧다운 이후 첫 공식 고용 데이터 발표, 11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3조1000억 달러)의 옵션 만기일까지. 유동성 환경이 나쁘고 심리가 취약한 시장은 널을 뛰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 다음날이었던 20일(현지시간), 1.5% 넘게 상승 출발했던 S&P 500은 1.5% 이상 하락하며 마감했습니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S&P 500이 하루 만에 이 정도의 변동성을 보인 건 이날을 제외하면 지난 4월 8일 상호관세의 날,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인 10월 7·9일까지 역사상 단 세 번 뿐이었습니다.

이런 급격한 변동성 뒤엔 구조적으로 달러 유동성 부족이 심해지고 있는 환경이 있습니다. 유동성과 투자 심리에 가장 민감한 암호화폐 시장은 20일 미국 증시 개장 전부터 이미 하락 반전한 상태였는데요.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10월 10일 대규모 청산 사태의 상흔이 아직 깊은데다, 최근의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기관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위축 때문에도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한때 8만 달러대까지 밀려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더 위축시켰습니다. (※관련 기사: AI 버블론은 핑계고?...최근 증시·코인 약세 진짜 이유는)

이런 배경에서 시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유동성 부족을 풀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Fed 인사들의 말 한 마디에 12월 금리 인하 확률이 요동치고, 위험자산 가격들도 널뛰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20일엔 리사 쿡 Fed 이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가 자산 가격의 높은 밸류에이션, 그리고 사모대출(private credit)·헤지펀드로 대표되는 비은행 부문의 과도한 신용 팽창과 레버리지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매파적 Fed'의 가능성에 위험자산 투매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엔 Fed의 사실상 2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가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며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다시 위험자산 반등의 계기가 마련됐지요.
사모대출, 다음 금융위기의 진앙지?
사실 시장의 변덕은 예측은커녕 따라가기도 어렵습니다. 수많은 변수, 불완전한 투자심리, 여기에 알고리즘 트레이딩까지 얽히면서 생기는 가격 움직임을 그때그때 설명해 보려는 시도는 사후적으로 끼워 맞춘 해석에 그칠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이 왜 이럴까'를 묻고 이유를 찾는 것은 수많은 노이즈 속에서 앞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진짜 변수와구조적 위험, 그리고 우리가 계속 지켜봐야 할 신호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한 주에도 넘쳐났던 노이즈 가운데선 Fed도 주목하기 시작한 사모대출·헤지펀드 등 비은행 부문의 팽창,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섀도우 뱅킹) 리스크가 바로 그런 '진짜 변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만한 취약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은행 리스크는 이미 지난달 한 번 시장을 크게 흔든 적이 있지요. 지난달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 등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미국 지역은행들과 JP모건까지 손실을 보자 '바퀴벌레' 걱정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때입니다. 당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사모신용으로 자금을 대거 조달하고 파산한) 퍼스트브랜즈와 같은 사례를 몇 개 더 봤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장의 경계심을 키웠습니다. 최근에도 '신(新)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탈 CEO가 사모대출을 "쓰레기 대출"이라고 저격하며 "다음 금융위기는 사모대출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걱정에 Fed도 가세한 겁니다. 지난 19일 Fed 금융안정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리사 쿡 이사는 △사모대출의 급격한 팽창과 △레버리지 기반 헤지펀드의 미국채 거래 급증을 구조적인 금융 안정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특히 쿡 이사는 지난 5년 간 사모대출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급팽창하면서 "앞으로 주시해야 할 잠재적 취약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됐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CP) 시장처럼 당장 예상치 못한 신용경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앞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모대출 리스크 주목하는 Fed
같은 날 베스 해맥 총재는 보다 강한 톤으로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경보를 날렸습니다. 그는 "현재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건전하다"면서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금융안정 위협 요인 1번으로 사모대출을 꼽았습니다.

그는 최근 사모신용이 연계된 회사들이 잇달아 파산한 데 대해 "저금리와 풍부한 신용 속에서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특이 케이스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보통 신용 사이클 말기에 가장 위험한 대출이 드러난다"고 경고했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 같은 완화적 금융 여건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면 리스크 테이킹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지요.

이런 우려는 Fed 내부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8일 공개된 10월 Fed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올해 3~10월 6차례의 FOMC 의사록을 분석한 결과 사모대출을 언급한 빈도는 3월 0회 → 5월 1회 → 6월 1회 → 7월 2회 → 9월 1회 → 10월 6회로 확 뛰었습니다. 톤도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5월에도 "일부 참가자가 헤지펀드의 높은 레버리지와 사모대출·주식시장에 대한 잠재적 우려를 언급했다"는 문장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신용 성과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함께 발견됩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회의에선 사모대출 관련 위험을 지적하는 문구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사모대출 차입자들이 (현금 대신 채권·주식 등 자산으로 이자를 내는) 현물 지급(Payment-In-Kind·PIK) 사용이 많다" "사모대출의 급속한 성장이 다소 완화됐지만 최근 파산 사례들로 이 시장의 신용 품질과 숨겨진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여러 참가자들이 대출 품질, 자금조달 관행, 빈약한 심사·담보 관행, 은행들의 익스포저, 그리고 비은행 부문의 스트레스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 등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는 문장들이 눈에 띕니다.
사모대출 시장 어떻길래
사모대출(신용)은 투자회사,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을 통해 이뤄지는 대출을 말합니다. 이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축소된 은행 대출의 빈 자리를 채우며 급성장했습니다. 은행 대출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나 비상장 기업에도 신용을 공급하고,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기관과 장기 자금이 필요한 비상장 기업들을 연결해 만기 매칭을 시켜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사모'의 특성상 은행과 비교해 투명성과 규제 수준이 낮습니다. 이런 비은행 시장이 '그림자 금융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사모 대출은 투자 정보가 투명하지 않고 가격 평가도 외부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모든 게 좋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부실이 노출되기 시작하면 갑자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문인 거죠. 건들락 CEO 역시 "사모대출의 가격은 제로(0) 아니면 100 두 가지뿐"이라며 "언제든 팔면 되니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부실 우려로) 당신이 매도하려는 시점에는 가격이 매일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기관들은 이런 위험을 알고 투자할 겁니다. 문제는 이런 비은행 리스크가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는지 여부겠죠. 이 포인트에서 Fed는 이 사모신용 부문이 너무 급격하게 커지면서 취약성이 은행 시스템과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JP모건 같은 은행들도 비은행 섹터에서 발생한 대출 부실로 손실을 입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죠.

물론 이번엔 미미한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경제가 둔화하고 대출을 못 갚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디까지 타격이 번질 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Fed도 지적했듯 PIK가 사모대출 시장에서 비율이 높다는 건 장부상으론 건실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대출이 많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월가에선 최근 블랙록이 자사의 사모대출 포트폴리오 실적이 부진해 운용보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뜨거웠습니다. 이 포트폴리오엔 최근 파산한 리노보홈파트너스, 아스트라애쿼지션 등 부실 대출이 대거 포함돼 있었습니다. 블랙록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리노보에 대한 사모대출 가치를 액면가 100%로 평가했지만 최근 제로(0)로 조정했습니다. 건들락의 경고대로였지요.



물론 지금 모든 사모대출이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아직 사모대출이 시스템적 위기를 불러올 만큼 위험한지에 대해 이견이 치열합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신용 사이클이 후반기, 즉 레버리지가 늘어나면서 대출의 질이 하락하고, 신용 스프레드가 좁아지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좇아 대출을 느슨하게 내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지는 구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조달하기 위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부담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 사모대출 시장의 대표주자 블루아울은 메타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자금 조달의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Fed, 헤지펀드 레버리지 통제?
비은행 부문의 또 다른 주요 주체는 헤지펀드입니다. 최근 Fed, 일본은행, 영란은행 등 세계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국채, 통화, 주식 등 각종 자산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들은 국채 시장에서 현물과 선물 간의 미세한 가격 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거래(베이시스 트레이드)를 합니다. 0.01%포인트 단위에 불과한 가격 차이지만 이들은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립니다. 평시엔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선 이들의 높은 레버리지 때문에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국채 가격 폭락, 유동성 부족을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됩니다. 특히 헤지펀드들이 '빚투' 자금을 레포시장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최근 레포금리 상승으로 나타나는 단기 자금 시장 경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Fed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상설 레포 기구(SRF)에 중앙 청산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지난 10월 FOMC에서 논의했습니다. SRF는 금융기관이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미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Fed로부터 돈을 빌려쓸 수 있는 긴급 대출 창구입니다.

여기에 중앙청산소가 도입되면 헤지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비은행 기관들도 딜러를 통해 간접적으로 Fed로부터 유동성을 빌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중앙 청산 규칙에 따라 매일 증거금(마진)을 내야 합니다. 레버리지가 많은 포지션일 수록, 특히 시장 변동성이 클 때 더 많은 마진을 내야 하지요. 이는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끼고 베이시스 트레이드나 엔캐리 트레이드를 하는 헤지펀드들에 불리한 조건입니다. 결국 Fed는 최근의 초단기 자금 시장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SRF 사용을 더 원활하게 해주되,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빚잔치'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마진 규율 아래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Fed VS 월가 "뭐가 부러져야 움직이나"
이런 일련의 정황들은 Fed발 '유동성 파티'를 원했던 월가의 희망을 잠시 위축시켰습니다. 최근의 단기 유동성 부족에 고생한 일부 고레버리지 기관 투자자들은 Fed가 12월 금리 인하는 물론이고 12월 1일부터 종료하기로 한 양적 긴축(QT) 중단 시점을 앞당기거나, 심지어 양적 완화(QE)를 시작해주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융 안정의 중요성과 섀도우 뱅킹 리스크를 강조하는 Fed는 이런 완화적인 조치를 급하게 해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죠. 사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선 이런 비은행 부문의 위험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유동성과 레버리지,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월가와 투자자들은 이런 Fed가 못마땅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Fed의 스탠스 전환은 항상 시장 스트레스가 쌓이다 일정 수준 폭발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지금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된 시장은 "도대체 '무엇이 부러져야 Fed가 움직일까'를 묻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