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4일 08: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나눠주는 제도를 도입한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촉구하는 상황에 내린 결정이다.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건 우수 인재 이탈을 방지하는 것뿐 아니라 도용환 회장이 행동주의펀드에 맞서 경영권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스틱인베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한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RSU는 임직원들에게 성과 보상을 현금 대신 양도 제한 조건을 붙인 주식으로 하는 제도다. 주식을 주기로 사전에 약정한 뒤 임직원이 기간 및 성과 조건을 만족할 시 자사주를 나눠준다. 직원들과 회사,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스틱인베는 보유 중인 자사주 563만3228주(지분율 기준 13.5%) 중 약 22%에 달하는 125만주를 RSU로 임직원들에게 부여할 예정이다. 다음달 RSU 15만주를 우선 부여하고 임직원이 성과 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을 3년간 분할 지급한다. 회사는 RSU 총 부여 기간을 2032년 말까지로 정했다.
스틱인베가 RSU 제도를 도입한 건 회사 내 우수 인재를 붙잡아 두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먹튀' 논란이 뒤따르는 스톡옵션과 달리 RSU는 근속 기간이 직원들이 받게 되는 보상과 직접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인재 이탈을 막는 효과가 크다. 특히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핵심 투자 인력이 떠나면 곧장 운용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직원들의 성과 보상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사주를 임직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도 회장의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도 회장 및 특수 관계인은 지분 19.02%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미리캐피탈(13.52%)과 얼라인(7.63%)이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21.15%로 이미 도 회장 측 지분을 넘어섰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도 회장의 우호 지분이 늘어나게 된다.
스틱인베는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자사주를 추후 임원 성과급 일부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더라도 문제가 없다. 스틱인베는 자사주 소각 계획 및 처분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자사주를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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