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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앱이 나와도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장헌주의 Branding]

입력 2025-11-24 08:27   수정 2025-11-24 08:42

커뮤니케이션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달변이거나 달필은 아니다. 흐르는 물과 같이 매끄럽게, 끊김 없이 말하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재능에 가깝다고 본다. 달변, 달필가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구분하는 지점은 말과 글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효과적으로 쓸 줄 아는가 일 것이다. 물론 달변, 달필가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면 금상첨화다.

이 ‘말’과 관련한 재능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상당한 무기가 된다. 과거 컨설팅펌에 재직할 때 리더급 컨설턴트와 ‘말 재능’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 탁월한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에 감탄을 거듭했던 터라 컨설턴트식 프리젠테이션 교육 방식이 궁금했다.

“고객 앞에서 준비한 전략을 설명하고 우리를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을 해야 하니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중요하긴 하죠. 그런데 가끔 안타까운 경우도 있어요.”



그가 말한 안타까운 경우란 전략 수립, 문서 작성에 탁월한 사람이 남 앞에서 설명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다. 그는 주니어 컨설턴트들에게 “아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며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설득 포인트를 명확하고도 전략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그들의 능력을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사실상 이러한 능력은 다른 직종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말하는 재능이 외국어에까지 요구되면 ‘이중고’다. 특히나 세계공통어인 영어에 대한 갈망과 고충은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따라올 자들이 없을 것이다. 입시에도, 취업에도 필요충분조건으로 군림하고 있는 영어 실력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개인 역량을 평가하는 제법 센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 시대에 번역앱 쓰면 언어장벽도 무너진다는데, 굳이 영어공부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겠어?”

AI가 우리 일상에 불쑥 들어온 후 여행지에서 번역앱을 쓰는 이들을 마주하면서 솔직히 주변 얘기에 공감했다. 번역가도, 통역사도 AI의 위협을 받을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 예상했고, 외국어 학원의 성지였던 서울 종로의 풍경은 어떻게 변할지도 사뭇 궁금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는 현실은 조금 다른 모양새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 제품 수출을 시작했는데, 바이어와 미팅 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입으로 말할 수 없어 답답해 하는 중소기업 CEO, 병원의 위치상 외국인 VIP 고객이 많은데 수술 상담 코디네이터로서 병원에서 채용한 통역사들이 올 때까지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환자나 그 가족과 상담을 이어갈 수 없어 답답한 간호사, 갑자기 회사를 방문한다는 바이어 미팅에서 회사에서 가장 스마트하고 어학연수 경험도 있다는 이유로 프리젠테이션을 떠맡게 된 김 대리. 영어 때문에 속타는 이들이 번역앱의 존재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주변에서 만난 이들의 공통점은 영어학습 앱, 전화영어, 네이티브와의 영상수업 등 다양한 방식의 영어학습을 수 년째 경험해 본 사람들. 하지만, 다양한 학습 툴을 경험해본 이들의 결론은 “실전에서는 결국 내 입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컨설턴트의 말을 빌자면, 표현하지 못하면 아는 것이 아닐 뿐이다.

이들의 답답함에 100% 공감한다. 지난 수년간 비즈니스 실전에서 체감했기 때문이다. 번역앱의 기술이 아무리 팬시하다 하더라도, 비즈니스 미팅이나 설사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식사자리라도 번역앱을 켜놓고 대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AI 통역사라는 제3자가 끼어들면 아무래도 대화에 리듬이 깨지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거래 물량과 대금을 두고 옥신각신 협상의 설전이 오가는 중에, 시리즈A를 받냐 B를 받냐 회사의 성장 파이를 좌우할 투자를 논의하는 첨예한 순간에 인공지능 번역앱의 기계음이 끼어들 틈은 없다. 적어도 필자가 경험한 살벌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그랬다.

“영어가 평생 나를 괴롭힌다”는 사람들의 하소연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AI와 공존하는 시대에도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아직까지 영어는 적어도 ‘무기’요, 조직 내 퍼스널 브랜딩의 플러스 알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실전에서는 날 도와주지 않을 AI지만, 평소 AI와 영어로 꾸준하게 ‘리허설’을 하는 것이 가장 ‘영악하고도 남는’ 장사일 것이다. 사람이 아니니 긴장감도 덜하다. 그렇게 단련된 실력으로 표현하는 것이 조금 서툴러도 비즈니스 미팅에서 번역앱을 켜는 쪽 보다는 퍼스널 브랜딩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생활 꿀 팁이 될진 모르겠으나, 넷플릭스로 K-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영어 자막기능을 활용해 보시라. 영어로 된 작품에 띄우는 영어자막의 절반 이상을 그냥 흘려 보내고 있다면, ‘히어링은 되는데 입이 안 열리는’ 한국인의 가려운 곳을 더 콕 찝어 긁는데 영어자막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그것이 비즈니스 실전 대화에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Sure!”이다.

장헌주 님은 홈쇼핑TV 마케터로 재직 중 도미(渡美), 광고 공부를 마친 후 중앙일보(LA) 및 한국경제매거진 등에서 본캐인 기자와 부캐인 카피라이터 사이를 오가며 살았다. 딜로이트 코리아에 이어 IT기업 커뮤니케이션 총괄 디렉터를 역임한 후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랩 '2kg'에서 PR & 위기관리, 브랜딩 전문가로 세상의 일에 '시선'을 더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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