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인 고(故) 이선균을 떠나보낸 뒤 긴 공백기를 가졌던 배우 전혜진이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는 1인 18역이라는 강도 높은 연기에 도전한 연극 '안트로폴리스Ⅱ ? 라이오스'(ANTHROPOLIS Ⅱ ? Laios, 이하 '라이오스')를 성황리에 마쳤다.전혜진은 이달 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라이오스'에서 라이오스를 비롯한 18명의 인물을 홀로 소화하며 작품 전체를 이끌었다.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번 공연은 단 한 명의 배우가 105분 동안 쉼 없이 끌고 가는 무대라는 점에서 공연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입소문이 더해지며 "이야기 자체를 배우 한 명이 완전히 지배하는 공연"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라이오스'는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작이다. 특히 전혜진의 1인 18역 열연은 "전혜진의 연기 차력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공연은 전혜진이 무대 위에서 담담히 "안녕하세요, 전혜진입니다"라고 인사하는 순간 시작된다. 인사를 끝낸 그는 곧 자신의 이름을 내려놓고 나이 든 라이오스에서 순식간에 20대 라이오스로 변신하며 관객과 직접 호흡했다.
이어 이오카스테, 크리시포스, 오이디푸스 등 신화 속 인물로 연달아 변주를 이어가며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는 연기를 펼쳤다. 미성少年 역할부터 진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테베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을 무한대에 가깝게 확장한 그의 연기는 관객을 작품의 소용돌이 속으로 완전히 끌어들였다.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 105분 동안 전혜진은 계단 구조의 무대를 빠르게 오르내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를 가로지르며 에너지를 뿜어냈다. 지치지 않는 호흡과 힘 있는 발성으로 공연장은 마치 전혜진의 놀이터가 된 듯했고, 관객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완전히 휘말렸다.

10여 년 만의 연극 복귀로 기대를 모았던 전혜진에 대해 관객들은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충격", "이게 진짜 연기 차력쇼", "잘하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고 평가했다.
한편 고 이선균은 2023년 12월 27일 사망했다. 아내인 전혜진은 슬픔을 딛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6개월 만에 드라마 '라이딩 인생'을 통해 복귀했다.
이어 '라이오스'를 마친 전혜진은 곧바로 차기작 '신입사원 강회장' 준비에 돌입한다. 전혜진은 새 작품에서 하나에 꽂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목표지향적 성격의 소유자이자 쌍둥이 동생과의 경쟁 속에서 강한 전투력을 키워온 강재경 역을 맡아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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