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산부에게 1인당 70만원의 교통비를 주는 서울시 지원 사업이 ‘하루 전입’만으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세금 누수 논란을 빚자 서울시가 내년부터 다시 거주기간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는 최소 3개월 이상, 길게는 6개월까지 서울 거주 기간을 두는 방안을 마련하고 각 자치구를 통해 위장 전입 의심 사례를 전수 조사해 지원금 환수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24일 서울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 사업에 최소 3개월 이상 서울 거주 요건을 다시 넣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세부 기준을 조율 중이다. “혜택을 못 받는 서울 거주 임산부를 줄이겠다”며 지난해 ‘6개월 이상 거주’ 요건을 없앤 지 약 2년 만이다.
앞서 본지는 경기도 등 지방에 거주하는 임산부가 ‘서울로 전입만 하면 7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SNS 게시글을 보고 서울의 친척 집으로 주소를 옮겼다가 지원금을 받은 뒤 다시 경기도로 되돌아간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서울은 신청일 기준 ‘서울 거주’만 충족하면 교통비를 받을 수 있어 거주 요건을 두고 있는 일부 지자체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로 전입 후 곧바로 바우처를 신청하고 지원금 수령 뒤 다시 타 지역으로 주소를 옮긴 사례를 분석하고 거주기간 요건을 재설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실제 생활 기반이 서울에 있는 임산부를 지원한다는 제도 취지에 맞춰 최소 거주기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3~6개월 범위에서 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산율이 반등하면서 사업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임산부 교통비 예산은 2022년 100억원에서 올해 329억원으로 세 배 넘게 늘었고, 지난해에만 327억7000만원대의 바우처가 발급됐다. 이 중 317억1000만원이 실제 사용됐으며 유류비 항목을 분석한 결과 매년 전체 사용액의 20% 안팎이 다른 지역에서 발생했다. 올해도 8월까지 사용액 중 21.3%가 서울 밖에서 소비됐다.
서울시는 내년 거주 요건 강화에 앞서 위장 전입을 통한 부정수급 여부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시는 최근 25개 자치구에 공문을 보내 "외지에서 전입 후 짧은 기간 내 다시 빠져나간 임산부 교통비 수급 사례를 전수 조사해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입·전출 일자, 바우처 신청 시점, 실제 거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위장 전입 가능성을 따져 보겠다는 구상이다.
구청들은 주민등록 시스템과 바우처 지급 내역을 대조해 의심 사례를 추린 뒤, 필요할 경우 실거주 사실 확인과 소명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명백한 위장 전입으로 드러날 경우 지원금 환수와 추가 신청 제한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 요건 완화는 서울에 살면서도 기준을 간발의 차이로 놓쳐 지원받지 못하던 임산부를 돕기 위한 취지였지만, 일부에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드러나 제도 손질을 검토하게 됐다”며 “자치구와 함께 위장 전입 및 부정수급 의심 사례를 면밀히 점검해 필요한 경우 지원금 환수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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