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네 번째 발사가 오는 27일로 다가왔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3호와 부탑재위성인 큐브위성 12기를 싣고 우주로 향한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서 한국은 우주 의료·바이오 기술 연구를 처음 시도한다. 줄기세포 성장과 단백질 기반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는 위성 탑재체가 누리호에 실린다.이번 4차 발사부터 2027년 6차 발사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 기업’으로 참여한다.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발사 지휘와 관제, 통제는 여전히 나로호·누리호 개발과 1~3차 발사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맡는다. 단별 조립 역시 1~3차와 마찬가지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담당했다.
누리호는 25일 오전 발사대로 이동해 기립 및 고정 작업을 마친다. 26일 오후 8시께 발사 여부가 최종 결정되면 당일 밤 11시부터 발사 현장 생중계를 시작한다.
KAI가 본체를 제작한 차세대중형위성3호엔 탑재체 3개가 실렸다. 줄기세포 3차원(3D) 프린팅과 분화, 배양 기술을 검증하는 ‘바이오캐비닛’, 오로라 등 우주 플라즈마와 자기장을 연구하는 ‘아이엠맵(IAMMAP)’ 등이다. 바이오캐비닛은 한림대, 아이엠맵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제작했다.
발사 후 807초 시점에 주탑재위성이 분리된 후부터 큐브위성 12개가 두 개씩 묶여 순차적으로 사출된다. 12기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국내 최초 우주의학 위성 ‘비(BEE)-1000’이다.
무게 11.8㎏짜리 이 큐브위성은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상품명 키트루다)의 단백질 결정화 과정을 우주에서 모니터링하는 임무를 맡았다. 신약 설계에 필요한 고해상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은 신약 개발의 기초인 단백질 결정화(성장·접힙·비틀림 등)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고도 400㎞에서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다국적제약사 등을 중심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연구가 이뤄져 왔다. 다국적제약사들은 ISS 퇴역 후에도 우주에서 첨단 바이오 신약 개발을 이어갈 수 있게 앞으로 발사될 여러 민간 우주정거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BEE-1000을 개발한 스페이스린텍 관계자는 “단백질 기반 약물의 우주 제조 공정 가능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성의 임무 기간은 6개월이다. 스페이스린텍은 내년 11월엔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팰컨9’에 BEE-1000과 비슷한 신약 개발 위성을 실어 보낼 계획이다.
이 밖에 우주로테크, 인하대,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코스모웍스, 쿼터니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등 산학연이 큐브위성을 개발해 누리호 4차 발사에 실었다.
큐브 위성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누리호 1차 발사 땐 더미 위성, 2차 발사 땐 누리호 성능 검증(교신)용 위성과 더미 위성이 실렸다. 3차 발사 때는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2호 외 큐브위성 7기가 실렸으나, 큐브위성은 대부분 정상적 임무 수행에 실패했다.
누리호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비행한다. 1단과 2단 예상 낙하지점은 각각 430㎞, 2804㎞ 떨어진 공해상이다. 만에 하나라도 비행 궤도가 빗나가면 비행종단시스템을 가동해 누리호를 폭파한다. 이번 4차 발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확률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계산 기준 0.01% 이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