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7만 명이 참여하던 국가공무원 당직제도가 76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손질된다. 재택과 통합당직을 늘리고 24시간 상황실과 인공지능(AI) 민원응대를 도입해 예산을 줄이면서도 근무 여건과 대민 서비스를 함께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연간 최대 170억 원 안팎의 예산을 아끼고, 약 356만 시간의 근무시간을 추가 확보해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재택당직이 전면 확대된다. 무인 전자경비장치나 유인 경비시스템, 통신 연락 체계를 갖춘 기관이라면 별도 협의 없이 자체 판단으로 재택당직을 도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재택당직을 하려면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해 제도 확산이 더뎠다. 재택당직자의 사무실 대기 시간도 기존 2~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는 부처도 당직 방식이 바뀐다. 외교부·법무부처럼 상시 상황실을 두고 있는 기관은 일반 당직실을 따로 두지 않고, 상황실에서 당직 임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당직 업무가 과중한 기관은 상황실 인원 조정과 인력 보강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기관이 한 청사나 인접 건물에 모여 있는 경우에는 통합당직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통합당직을 하더라도 기관별로 1명씩 당직근무자를 세워야 했지만, 앞으로는 기관 간 협의를 거쳐 통합당직실별 1~3명만 두면 된다.
예컨대 대전청사처럼 8개 기관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기존 8명 대신 3명만 당직을 서도 전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해 긴급 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한 전파와 대응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소규모 소속기관에 대한 완화 조치도 담겼다. 당직 인원이 적어 1인당 2주에 1회를 넘게 당직을 서야 하는 기관은 지금도 당직을 면제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기준을 완화해 4주에 1회를 초과하는 경우 당직을 하지 않도록 허용한다. 당직으로 인한 과도한 순번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다.
당직 임무도 현실화한다. 그동안 당직자는 방범·방호·방화와 기타 보안상태를 상시 순찰·점검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필요할 때만 실시하도록 조정한다. 청사관리본부와 보안업체가 야간 경비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마지막 퇴근자의 점검을 강화해 보안 공백을 막는 방식이다.
정부는 정부세종청사 당직총사령실과 정부서울·과천·대전청사 당직사령실은 그대로 유지해 전체 당직 운영을 총괄 관리한다. 개정안은 관련 규정 정비 뒤 약 3개월의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개편으로 재택당직·통합당직 전환과 24시간 상황실 기관의 일반 당직 폐지 등이 이뤄지면 사무실 당직비가 줄어 연간 약 169억~178억 원 수준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연간 약 44만6000명의 국가공무원이 사무실 당직 근무 후 휴무를 쓰면서 발생하던 업무 공백도 줄어들어, 연간 약 356만 근무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당직 제도는 공무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공직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며 “실태조사와 현장 의견을 토대로 제도를 고친 만큼 공무원들이 필요한 업무에 더 집중하고, 국민에게 더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