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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심명령이 내려지면 압류채권자만이 제3채무자에게 추심할 수 있다.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의 처분과 영수가 금지되며, 제3채무자로서도 채무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추심명령이 내려진 이후에 제3채무자에게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는 '압류채권자'가 유일하며, 채무자는 당사자 적격이 없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에 확립된 판례였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 23888판결 등).
여기서 당사자적격이란 소송의 당사자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며, 당사자적격이 없는 사람이 소를 제기하면 각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에 따르면 채무자가 이미 소를 제기하고 소송 계속 중에 추심명령이 내려지면 채무자는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여 그 소는 각하로 종료됐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위 법리를 변경하고, 채무자에게도 당사자 적격이 인정된다는 법리를 새롭게 설시했다(대법원 2025. 10. 23.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대법 "추심명령 위반 아냐... 압류채권자 불이익 없어"
첫째, 추심명령이 존재해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는다. 추심명령은 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변제 받는 것을 금지할 뿐 이행의 소 제기를 금지하지 않으며, 추심명령 역시 단지 압류채권자에게 대위 없이 추심할 권능을 부여하는 것일 뿐 채권이 압류채권자에게 귀속되거나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따라서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 보전을 위해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하고, 이를 금지할 명시적인 근거도 없다. 또한 채무자는 시효 중단, 제소기간 준수 등을 위하여 이행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고, 향후 추심명령의 취하 등으로 압류채권자의 추심권한이 소멸할 가능성에 대비해 집행권원을 미리 확보할 이익도 있다. 따라서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을 부정하는 것은 채무자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논리다.
둘째,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더라도 압류채권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소송에 공동소송참가 또는 보조참가를 통해 관여할 수 있고, 제3채무자의 진술의무 제도를 활용하여 소 제기 여부를 파악할 수도 있다.
또한 채무자의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그 효력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압류채권자에게도 미친다. 압류채권자는 승계집행문만으로 바로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어 오히려 소송경제에 부합한다는 것이 대법 설명이다.
제3채무자의 유불리는... "소송경제도 부합"
셋째, 제3채무자에게도 불리하지 않다. 제3채무자는 채무자의 승소판결에 대해 집행단계에서 추심명령이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집행장애를 주장하거나 공탁을 통해 이중지급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판례에 따르면,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의 소를 제기한 이후 그 계속 중 추심명령이 있게 되면 채무자는 당사자 적격을 잃어 그동안 진행해 온 소송이 무위로 돌아간다.이 경우 제3채무자는 압류채권자가 새로 제기하는 소에 다시 응소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반면, 새로운 법리에 따르면 채무자는 여전히 당사자적격이 있고 기존의 소송은 계속될 수 있으며, 압류채권자는 별도로 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새로운 소에 응소할 부담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다.

넷째, 추심명령을 이유로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을 부정하면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에 현저히 반한다. 특히 소송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 또는 상고심 단계에서 추심명령이 내려진 경우, 이를 이유로 소를 각하하면 지금까지의 절차가 모두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압류채권자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압류채권자가 채무자의 소송 결과를 활용해 집행하는 것이 더 간명함에도, 당사자적격 상실을 인정하면 압류채권자는 별도의 추심의 소를 제기하거나 승계참가를 해야 하는 불필요한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이 내려진 채무자의 경우에도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 적격을 회복하게 됐다.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를 도모할 수 있는 실무의 방향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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