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레테 콰르텟은 지난 19일 애플 산하 온라인 음원 플랫폼인 플래툰에서 앨범 ‘야나체크 & 수크’를 발매했다. 다음 달엔 실물 앨범을 내놓는다. 플래툰엔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핀란드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 등이 계약 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이 업체와 계약한 국내 클래식 음악 아티스트는 서울시교향악단과 아레테 콰르텟 둘뿐이다.
야나체크 음악에서 찾은 ‘빨간 맛’
“현악사중주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대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아레테 콰르텟은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유럽에서 이름을 날렸다. 한국인 최초 우승이자 2위 없는 1위였다. 이어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등에서도 1위에 올랐다. 올해엔 밴프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했다.

콩쿠르 강자였던 이들은 프라하의 봄 콩쿠르의 추억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이 대회 결선에서 연주했던 체코 곡인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를 비롯해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2번 ‘비밀편지’를 녹음했다. 팀의 리더이자 제 1바이올린인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은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서 1등과 특별상을 받았을 때 우승을 안겼던 곡을 첫 앨범에 담겠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서도 야나체크가 우리에게 잘 맞을 것이라고 말씀들을 주셨다”고 말했다.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는 아레테 콰르텟의 표현을 빌리면 “빨간색”이다. 1번 작품인 크로이처 소나타는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곡됐다. 이 소설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게 된 이야기다. 야나체크의 곡은 관점을 비틀어 아내 시점에서 이 줄거리를 다룬다고. 박성현은 “2번 곡인 비밀편지는 비밀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가까운 판타지”라며 “이 곡을 연주하며 야나체크가 진심으로 사랑을 했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앨범 말미엔 옛 체코 성가를 활용해 체코 작곡가 수크가 쓴 ‘성 바츨라프에 의한 명상곡’을 담았다. 제2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중은 “한때 체코 국가로 쓰자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체코 민족주의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곡”이라며 “저희끼리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쉬운 곡이라 앨범에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체코 곡을 듣다 보면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작품 부제별로 맞는 감정들을 (이번 앨범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내년엔 슈만 서거 170주년 기념할 것”
녹음은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시에 있는 한국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에서 진행했다. 콘서트홀이 추웠지만 녹음에 잡음이 낄까 난방 시설을 가동할 수 없었다고. 박은중은 “같은 테이크(부분)를 여러 번 찍을 때 감정을 동일하게 맞추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비올리스트인 장윤선은 “어두웠던 밤에 작업을 마치고 다음 날 새롭게 만나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아레테 콰르텟은 올해 활동 6년차를 맞아 금호아트홀의 상주음악가로도 활동했다. 사람들에게 현악사중주를 널리 알리겠다는 마음이 컸다. 박성현은 “상주음악가가 되고 나선 콩쿠르에 임하는 게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라며 “한국에도 이런 팀이 있고 음악성이 유럽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단 6년차의 소회를 묻는 질문엔 장윤선이 “초반엔 악기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음악 외에 평상시에 존중하는 다른 것들과 소통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 악단은 디지털 음원 플랫폼인 플래툰의 강점을 살려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7일 김해문화의전당, 29일 예술의전당, 다음 달 6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작품들을 연주하는 일정도 잡았다. 박성현은 “지금 당장은 야나체크 연주로 활동하겠지만 책임감을 갖고 남기고 싶은 게 많다”며 “내년엔 슈만 서거 170주년을 기념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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