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 일부 문항에서 오류가 제기되는 가운데, 지문 자체가 지나치게 난해하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지문에서 다룬 내용을 수십 년간 연구해온 교수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고3 수험생에게 제시해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은 수능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계에서 교육계에 따르면 학계에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문항은 독해 능력 이론 ‘단순 관점’을 묻는 3번과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을 다룬 17번이다.
단순 관점을 10년 넘게 연구해온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와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이충형 교수가 각각 해당 문항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는 동시에 “고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지문이 아니다”라며 지문 난이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민 교수는 자신도 3번 문항을 푸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밝히며 “정답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시험의 타당성을 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문은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 수준의 글”이라며 난이도를 문제 삼았다.
이충형 교수 역시 “지문을 이해하는 데만 20분이 걸렸고 이후 머리가 아파 잠시 쉬어야 했다”고 토로하며 “지문에서 다루는 ‘지속성’ 개념은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엔 매우 어려운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국어 지문 난도가 높아질수록 수험생이 글 자체를 이해하기보다 문제 풀이 기법에 의존하게 되면서 국어 시험의 본래 취지인 문해력·사고력 평가가 사실상 의미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어 강사 출신인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지문이 어려워질수록 학생들은 학원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는 데 더욱 몰두하게 된다”며 “평가원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안에서 수능을 출제해야 할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사교육으로 훈련된 수험생의 실력을 변별하기 위해서는 고난도 지문 출제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객관식 시험에서 지문 난도를 높이지 않고는 변별력을 확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접수된 이의제기 문항을 과목별·문항별로 심사 중이다. 최종 정답은 오는 25일 오후 5시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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