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한 가지만 꼽기란 불가능하지만, 앙드레 다차리에 대한 기억을 특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그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함께 싸운 유엔군 프랑스대대 소속 참전용사 3500여 명 중 한 분이다. 한국에 부임한 직후인 2023년 7월, 정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분을 처음 뵀다. 부산 유엔기념공원 프랑스 묘역을 둘러보며 감격과 추념에 잠긴 그의 모습이 생생하다. 자신의 눈물은 전사한 전우들을 기억하며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자 그들의 희생으로 지켜내 견고한 민주주의, 힘찬 경제, 빛나는 문화의 나라가 된 한국을 보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말씀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올해 유명을 달리했고, 유언에 따라 먼저 떠난 전우들이 영면한 유엔기념공원에 2026년 안장될 예정이다.
고국에서 9000여㎞나 떨어진 곳에서 적이 누군지도 모른 채 싸우던 청년 지원병들의 용기를 오늘날 우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당시 한국전은 너무 먼 곳에서 일어난, 프랑스 언론이 잘 다루지 않던 ‘잊혀진 전쟁’이었다. 참전용사 중에는 모험심에서 위험을 무릅쓴 이도 있었고, 숭고한 대의를 지키겠다는 이상과 열망으로 유엔의 깃발 아래 싸운 이도 있었다. 이 얼마나 헌신에 대한 큰 가르침인가!
프랑스대대는 한국인 병사를 자국 군인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전투에 임한 최초의 부대다. 바로 이 부대를 지휘한 로베르 구필 대위를 기리는 행사가 작년에 거행됐다. ‘대천사’라 불리며 카리스마 넘치던 구필 대위는 단장의 능선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2024년 7월 한국으로 방문연수를 온 프랑스 생시르육군사관학교의 ‘구필 대위’ 기수 생도 180명, 한국 장병들과 함께 침묵만이 가득한 비무장지대 고지에 올라 구필 대위가 전사한 그 지점에서 추모행사를 가졌다.
어제의 연대를 소중히 기억하면서 내일의 연대는 싹튼다. 참전용사들에 대한 한국의 보훈 의식을 존경한다. 가장 격식 있고 장엄한 부분부터 가장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배려까지, 온갖 정성을 다해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다.
1950년대와 달리 오늘날에는 더 이상 ‘머나먼 저편의 전쟁’이란 없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의 안보도 상호 연결돼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가 벌이는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북한이 지원군을 보냈다. 그 결과 현재 한반도 내 힘의 균형은 이 신(新)식민지전쟁에 파병한 북한이 얻은 혜택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유엔헌장의 위대한 원칙은 시험대에 올랐다. 프랑스와 한국이 참되고 지속 가능한 ‘전략적 친밀성’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우리는 이를 위해 항상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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