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달 초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외교 접점을 찾아가고 있어서다. 하지만 반중·혐중 그림자는 여전히 곳곳에 드리워 있다. 국가별 호감도 여론조사 결과(아산정책연구원)만 봐도 알 수 있다. 10점 만점에 미국이 5.92점, 일본이 4.52점인데 중국은 3.13점에 그쳤다. 기업들은 일단 중국이 엮인 일은 미루거나 회피부터 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한한령(한류 제한령),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종 외교·안보 갈등이 켜켜이 쌓인 결과다. 정치 이슈까지 맞물려 국민도, 기업도 “중국은 피하자”는 정서가 강하다. 그런데 데이터와 산업 지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매년 연구개발(R&D)엔 한국 전체 예산을 웃도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데 핵심은 상용화다. 원천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상용화를 위한 실험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화웨이가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을 세계 최초로 내놓고, 중국이 전기차 절대 강국이 된 것도 이 덕분이다.
선진국과 차별화된 과감한 ‘뛰어넘기’로 전 세계 ‘등대 공장’(핵심 기술기업)의 41%를 배출해냈다. 올 들어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3등 기업은 제품을 만들지만 1등 기업은 표준을 만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자율주행, 양자기술,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가격, 물량뿐만 아니라 공급망 표준까지 거머쥐겠다는 포부다.
최근 대만 이슈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감정의 경제적 비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직후 중국은 즉시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렸다. 중국 내 일본 공연·영화 개봉도 금지했다. 일본 관광·소매업 관련 주가는 곧바로 요동쳤다.
아무리 중국을 외면해도 중국의 경제·산업·외교 전략은 진화할 것이 자명하다. 이를 추적·분석할 수 없으면 결국 정보 비대칭만 커질 뿐이다. 기피하면서 제대로 모르는 상태, 가장 위험한 조합이다. 중국을 정확히 알고(知中) 그 위에 냉정하게 한국의 이익을 설계하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지중의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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