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는 세종시에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을 하는 영위하고 있다. 근로자는 2021. 2. 1.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원으로서 수습 근무를 시작하였고, 3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계약기간을 2021년 말까지로 하여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근로계약기간은 1년 더 연장되었다.
근로자는 2년차 근무 중 자신이 운행하는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관리를 소홀히 하고, 계기판에 관련 경고등이 점등되어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여 차량이 손상되게 하였으며, 2022. 11. 차량 운행 중 후방 유도원 없이 후진하다가 정지되어 있던 포크레인과 충돌하여 운행 중이던 차량의 조수석 우측 발판을 파손하였다.
차량 관리 소홀 및 차량 훼손 행위가 발생하자 사용자는 2022 12. 16. 근로자에게 근로계약기간이 2022. 12. 31.자로 만료된다고 통보하였다. 근로자는 위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2023. 1. 19.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쟁점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인정된다면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로 귀결되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나, 업무 수행 중 차량 사고가 발생하였고 후방 유도원이 있었다고 사고 경위에 관해 허위 보고를 하는 등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아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하여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근로자는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사고가 경미하였다는 등 근로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항소하였는데 고등법원 역시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사용자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근로자가 부당해고구제신청 전인 2023. 1. 14. "본인은 2022. 12. 31.부로 계약기간 만료에 의해 퇴직 처리됨에 이의 없음을 확인합니다. 또한 근로계약기간동안 발생한 임금채권에 대해 별도의 합의를 하였으므로, 향후 임금 등 근로관계 관련 일반사항 일체에 관련하여 민·형사상 및 기타법률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서와 퇴직자 세공제후 실지급금액 확인서에 서명하여 이를 사용자에게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제1심과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 사실이었다.
대법원에서는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있는지, 사용자에게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에 앞서 과연 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행정절차를 밟을 자격이 있는지, 즉 구제이익이 있는지, 만약 구제이익이 없다면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등장하였다.
대법원은 2022년도에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의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여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선언하였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두54852 판결).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 등과 같이 사용자의 징계권 내지 인사권의 행사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한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방법보다 좀 더 신속·간이하고 경제적이며 탄력적인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 따라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라면, 과거의 부당해고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목적으로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적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 본래의 보호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논거로 제시되었다. 근로기준법 문언상으로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근로자’에게 구제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는데(제28조 제1항),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다른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더 이상 법에서 정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음이 명확하다는 점도 대법원의 판단 근거였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 전에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에 대해 소를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소의 이익’이 유지된다는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는데(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두54852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적어도 구제신청 당시에는 근로자 지위가 유지되었던 사안이었다. 2022년도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까지 위와 같은 전원합의체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현장의 혼선을 정리한 명쾌한 판단이었다. 최근 대법원은 논의를 더욱 진전시켜 구제이익과 소의 이익의 관계에 관하여 법리를 정립하였다(세종시 생활폐기물 업체 사건에 관한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두33276 판결). 즉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면, 재심판정을 취소하더라도 노동위원회로서는 다시 구제명령을 할 수 없으므로, 근로자로서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도 없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것이다.
부당해고 이외의 사유(사직, 정년, 폐업 등)로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사람은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을 할 적격이 없으므로, 노동위원회는 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이를 놓치고 본안 판단을 하고, 그 사건이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소송 형태로 제기된다면 법원은 뒤늦게라도 ‘소 각하’ 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제1심 법원, 고등법원이라는 4단계의 쟁송절차를 거쳤다. 지방노동위원회가 구제신청을 각하하였어야 하는데 이를 놓쳤고, 중노위도 그대로 통과되었다. 물론 실체판단에서는 사용자가 승소하였으니 그 허물을 덮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행정법원에서는 구제이익의 판단도 틀렸고, 고등법원마저 구제이익은 물론 직권판단사항인 소의 이익에 관한 판단도 잘못 내렸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들인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법원이 더 이상 기본적인 소의 이익 법리마저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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