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②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매년 1조 달러 이상 필요한 글로벌 기후 위기를 공공 재원만으로 감당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민간자본이 기후금융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민간 재원을 결합하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 구조가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에도 기후 관련 투자와 사업 진출의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에게 기후금융의 향방과 민간자본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 기후금융에 대해 민간자본이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글로벌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매년 1조 달러 이상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공공 재원만으로 감당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그간 성과가 충분치 않았기에 같은 논의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민간자본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주체가 될 수밖에 없고, 공공 재원이 민간의 수익·리스크 조건을 어떻게 설계해주느냐가 관건이다.”
- 공공 재원과 민간자본을 섞는 혼합 금융 측면에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나.
“싱 가포르는 녹‘ 색투자 파트너십’을 통해 중앙은행이 5억 달러를 먼저 출자하고 세계은행과 민간이 함께 1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녹색에너지펀드를 만들었는데, 이는 공공이 선제적으로 위험을 부담해 민간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정부는 총 40억 달러 규모의 민간자본을 유치했다. 우리도 공공 리스크 분담 구조를 보다 과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 기후금융이 강화되면 기업 간 ‘격차’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공공자금의 리스크 분담이 커지면 민간 입장에서는 기후 분야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해진다. 그 결과 기후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이를 수익 기회로 전환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분명히 벌어질 것이다. 결국 공공이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떠안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진다”
- 한국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기후금융 관련 기회는 무엇인가.
“에너지 전환, 특히 전기와 관련한 가치사슬에 주목해야 한다. 2030년까지 4500GW 규모의 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예정인데, 발전기·변압기·케이블·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은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다. 이 분야 수출과 투자를 뒷받침할 금융·보증·펀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기회다.”
- 기업과 금융기관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과제는.
“기후금융이 ‘돈이 되는 영역’이 어디인지 기술별로 쪼개서 봐야 한다. ESS만 해도 15년 사이 가격이 90% 가까이 떨어지며 이미 전력시장에서 수익 모델이 다수 나오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은 비싼 친환경 기술에 프리미엄을 주는 ‘그린 프리미엄’에서 경제성이 뛰어난 친환경 기술이 오히려 디스카운트를 받는 ‘그린 디스카운트’ 시대로 옮겨갈 것이다. 이에 맞는 포트폴리오와 투자전략을 서둘러 재편해야 한다.”
- 기후금융이 내년 ESG 핵심 키워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후금융은 시장 선점 효과를 앞당기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한 뒤 언제 진입할지 그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데, 공공자금과 정책은 일부 리스크를 흡수해 민간의 진입 시점을 앞당겨준다. 기후금융을 규제가 아닌 ‘선점 레버’로 이해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ESG 시대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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