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댐 건설 트랙레코드가 말라가던 한국 기업들에 솔로몬제도의 티나댐은 또 다른 해외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단비' 같은 사업입니다."
20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3시간여 비행 끝에 도착한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섬 중앙부. 수도 호니아라에서 산악지형을 따라 1시간가량 들어가면 좁고 가파른 흙길이 이어졌다. 산 중턱에 설치된 현장 체크포인트를 통과하자 거대한 협곡 사이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자원공사의 솔로몬특수목적법인(SPC)부장인 조한용 티나수력발전유한회사 최고경영자(사업단 단장)는 티나댐 사업의 의미를 한국 기업들의 트랙레코드 확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수자원공사가 티나댐보다 큰 규모의 댐을 국내에서 지은 건 2016년 영주댐이 마지막이다.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매년 약 20기가와트(GW)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최근 실적은 많지 않다. 그는 "티나댐이 수주 공백을 해소하고 해외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티나댐은 수자원공사의 첫 롤러다짐콘크리트(RCC)댐 실적으로, 향후 개발도상국의 RCC댐 수주에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CC 공법은 30cm씩 콘크리트를 포설한 뒤 진동롤러로 다지는 작업을 40여 층 반복해 71m 높이의 본댐을 쌓는 방식으로, 일반 콘크리트댐보다 시멘트 사용량이 적고 양생 시간이 짧아 개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티나댐은 '무상지원'인 정부개발원조(ODA)와는 달리 국제기구와 민간이 함께 투자·회수 구조를 갖는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이다. 총사업비 2억7200만달러 가운데 95%를 세계은행(WB)과 녹색기후기금(GCF), 한국수출입은행(EDCF) 등 다자개발은행이 대출을 제공하고, 나머지 5%를 수자원공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8대2의 비율로 출자한다.
티나댐이 2028년 2월 준공되면 수자원공사는 향후 30년간 솔로몬전력청에 전력을 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티나댐 전체 사업비의 50%에 해당하는 1200억원 가량을 국산 기자재와 인력을 투입해 건설함에 따라 일자리 창출 및 국내 물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는 솔로몬제도 국민들의 전기 접근성과 삶의 질을 낮추고 있다. 딜라이아 호메오 솔로몬전력청장은 "재생에너지 옵션 가운데 태양광발전은 수명이 30년이 채 안되지만, 수력발전은 100년짜리 장기 발전소라는 점에서 택하게 됐다"며 "티나 수력발전소를 통해 최대 40%까지 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솔로몬제도 정부 역시 이 프로젝트를 국가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맥키니 덴타나 솔로몬 재무부 차관은 "티나수력발전소로 전기요금이 내려가면 가정과 기업 모두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티나수력발전소를 통해 연간 4만9500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솔로몬제도의 파리협약 감축 의무(연 2.5만t)를 훨씬 초과 달성한다"고 강조했다.
티나댐 건설 현장에서 내려오던 길, 열 살 남짓의 소녀가 산속 우물에서 길어온 물을 들고 가파른 흙길을 오르고 있었다. 전기뿐 아니라 생활용수 공급 인프라까지 열악한 솔로몬제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티나댐을 용수 공급까지 담당하는 다목적댐이 아닌 수력발전 전용으로 짓는 이유에 대해 조 단장은 "솔로몬제도 재정 여건으로는 발전 외에 용수를 저장·공급하는 다목적댐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1973년 건설된 소양강댐이 한국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던 것처럼, 티나댐도 솔로몬제도 경제의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니아라=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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