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 경험·주얼리·중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베인앤드컴퍼니는 최근 ‘2025 글로벌 럭셔리 시장 연구’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명품 소비액이 1조4400억유로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형적으론 안정적인 모양새지만 소비 패턴과 지역별 성장축, 카테고리별 흐름에선 뚜렷한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진단이다.
우선 소비자들의 관심이 명확하게 ‘경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명품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이후엔 명품 가죽제품과 의류 같은 전통 카테고리보다 여행·호텔·미식이 새로운 럭셔리 소비의 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베인은 이를 “경험 중심 지각변동”이라고 표현했다. 아시아와 중동, 휴양지를 중심으로 파인다이닝, 크루즈, 사파리 등 체험형 럭셔리가 급성장하면서 럭셔리 시장을 떠받쳤다는 설명이다. 젊은 소비자층이 더욱 뚜렷하게 이러한 전환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이번 보고서가 강조한 부분이다.
카테고리 중에서는 주얼리가 단연 돋보였다. 올해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모든 명품 부문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서적 가치, 내구성, 맞춤형 디자인 트렌드가 겹치며 불확실한 소비 환경에서도 수요가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가죽제품은 ‘아이코닉 아이템’ 부족으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고, 신발은 가격 민감도와 스포츠 브랜드와의 경쟁이 맞물리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아이웨어는 디지털 연동과 디자인 다양화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향수는 올해 뷰티 카테고리에서 가장 역동적인 흐름을 보였고,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가 소비 확장을 견인했다.

지역별 판도에서는 중동이 올해 가장 강한 시장으로 평가됐다. 두바이,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관광 수요와 현지 고소득층 소비가 확대한 덕분이다. 중국 시장이 ?3~?5%로 역성장하고, 일본과 유럽도 둔화하는 상황에서 중동은 사실상 글로벌 명품 시장의 유일한 ‘가파른 성장축’이 됐다. 미국은 0~2% 범위의 완만한 증가에 그쳤지만 내수 회복세가 유지되며 안정성을 확보했다.
소비자 기반 축소는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전 세계 명품 소비자는 2022년 4억 명에서 올해 약 3억4000만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신규 고객 유입률도 감소했다. 베인은 “활성 명품 소비자가 전체 가능한 고객군 대비 60%에서 40~45%로 축소됐다”며 소비자들의 지출이 리세일, 아울렛, 소형 제품 등 가치 중심 채널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상위 소비층의 지출이 정체된 점도 전체 시장 모멘텀을 낮춘 요인으로 제시됐다.
수익성 저하는 명품산업 전반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주요 브랜드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5~16%로 2012년 23%에서 크게 떨어졌다. 사실상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산업 전체 기업가치가 약 1000억유로 줄었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비용 상승과 성장 둔화가 겹치며 ‘가격-가치’ 균형이 깨진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베인은 향후 10년간 명품 시장이 연평균 4~6% 성장해 2035년 개인 명품 시장 규모가 최대 625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명품 산업은 새로운 공식을 요구받고 있다”며 “경험, 주얼리, 중동이 이 전환기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키워드”라고 평가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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