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폴스타 등 글로벌 완성차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탄소섬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의 핵심 부품 생태계가 촘촘하게 갖춰진 한국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는 것도 글로벌 완성차 CEO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칼레니우스 회장을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초청했다. 이 자리엔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 등 삼성 전장 계열사 경영진도 참석했다. 이 회장이 만찬 장소를 승지원으로 정한 데 대해 ‘벤츠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하만과 삼성전자는 벤츠에 각각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디지털 키 솔루션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삼성SDI의 배터리 등 삼성 전장 부품 기술력을 소개하고, 미래 차량에 반드시 들어가는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장기적 협력 관계 구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삼성에 앞서 찾았다. 이날 만남엔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등 LG 전장 계열사 CEO들이 총출동했다. LG는 칼레니우스 회장 방문을 통해 2004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을 시작으로 벤츠와 쌓은 ‘20년 동맹’의 굳건한 관계를 재확인했다. LG는 이날 미팅에서 전장,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율주행 센싱 등 전장 역량을 결집한 차세대 솔루션을 소개하고 이를 통한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도 만났다. HS효성 계열사인 HS효성더클래스는 국내 벤츠 공식 딜러사로 세계 첫 ‘마이바흐 브랜드센터’를 운영 중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한국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벤츠 차량을 보기 힘들다”며 “한국의 혁신 생태계가 벤츠에 중요하다는 걸 감안해 내년 1월 서울에 아시아 제조 구매 허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2027년까지 브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신차 40종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이 글로벌 완성차 CEO의 단골 출장지인 이유는 첨단 제조 생태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수입차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세계 1위 완성차 업체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아키오 회장은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무대 올라 모터스포츠에서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모터스포츠는 현대차와 도요타 협업의 시작이다. 두 회사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수소 생태계 구축과 로보틱스 경쟁력 확보를 각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등도 함께해 화제가 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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