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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문화의 산실, 국립공원 내 중요문화자원 탐방 떠나보세요

입력 2025-11-25 15:44   수정 2025-11-25 15:45

국립공원 제도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 요세미티 등 압도적인 자연이 눈길을 끈다. 한국의 국립공원은 미국 등과는 다르다. 5천여년 역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국립공원 제도는 1967년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같은 해 지리산이 제 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공단은 “자연과 문화가 한 공간에서 긴 시간에 걸쳐 조화를 이룬 문화경관이 바로 한국의 국립공원이 지닌 고유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 ‘항일 바위글씨’ 등 중요문화자원 지정
대부분 국립공원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사찰, ‘대가람’이 있다. 매년 수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의 대표 명소다. 한국 국립공원에는 국보·보물·기념물 등 총 895건의 문화유산이 분포한다. 이는 국가지정 문화유산의 8.1%를 차지한다. 이러한 지정 문화유산은 국가·지방자치단체·소유자가 관리주체로서 관리책임을 맡는다.

비지정 문화유산은 국립공원공단이 중요문화자원 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공간적 통합을 보여주거나 지역의 역사·문화와 연계돼 지역사회 공감을 얻는 비지정 문화자원을 선정해 보전·활용하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단은 “깊은 산악지역에 있어 적극적 관리가 어려운 문화자원을 현장에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국립공원공단이 책임있게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 선정된 국립공원 중요문화자원은 총 5건이다. ‘지리산 천왕봉 항일 바위글씨’, ‘지리산 동편제 득음명소 용호구곡’, ‘설악산 구 희운각대피소’, ‘태백산 사길령 산령각과 보부상 계문서 일괄’, ‘한려해상 지심도 일제강점기 군사유적’ 등이다.


‘지리산 천왕봉 항일 바위글씨’는 천왕봉 아래 해발 1900m 지점의 바위벽에 있는데 가로 4.2m, 세로 1.9m의 면적에 392자가 새겨져 있다. 1924년 일제강점기 경상도 지역의 묵희 선생이 글을 짓고 권륜 선생이 글씨를 써서 새긴 것으로 천왕봉의 기운을 빌려 일제를 물리치고자 했던 민중의 염원이 담겨있다. 2021년 발견한 뒤 2024년 정밀 조사와 판독·번역이 이루어져 그 의미가 드러났다. 현재 지리산사무소는 보다 정확한 고증을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리산 동편제 득음명소 용호구곡’은 남원시 구룡계곡으로 알려진 곳이다. 구곡은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주자의 무이구곡을 따라서 자연을 즐겼던 방식이다. 용호구곡은 1927년 용호서원 주인 김재홍이 문인들과 함께 송력동, 옥룡추, 학서암 등 아홉 곳의 명승지에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였고 1931년에는 이를 주제로 기문과 시를 남겼다.

구곡이 주로 유명 학자나 정치인과 관련된 것과 달리 용호구곡은 남원지역 유교 향촌자치가 발전하면서 만들어졌다. 특히 교룡담과 옥룡추는 동편제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훈련하던 장소로 유명하며 옥룡추에는 명창 권삼득(1771~1841)을 기리는 비석이 서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용호구곡을 소리길이라고도 한다.
◇ 산악인 10명 사망 계기 설악산대피소 건립

‘설악산 구 희운각대피소’는 민간이 건립한 최초의 설악산 대피소다. 1969년 10월 대청봉 북사면 ‘죽음의 계곡’에서 히말라야 원정훈련을 하던 젊은 산악인 10명이 눈사태로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한국산악회 회원이던 최태묵 씨가 사재를 들여 건립했다. 자재 운반 수단이 부족해 탐방객들이 시멘트를 나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건물 동측면 출입구에는 ‘희운각(喜雲閣)’이라는 현판을 돌에 새겨 놓았는데 건립자인 최태묵의 글씨로 추정된다. 또 건물 내부에 건립자·설계자·시공자와 날짜를 적은 머릿돌이 남아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현재 운영 중인 대피소는 구 대피소 옆에 2023년 신축한 것이다.


‘태백산 사길령 산령각과 보부상 계문서 일괄’은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경상도와 영동지역을 오가며 산적과 맹수로부터 안전을 기원하고 상업의 번영을 기도하며 매년 음력 4월 15일 제례를 올리던 곳이다. 지금도 매년 제사를 지내는데 지역사회 기관장들이 제관을 맡는다. 산령각에는 단종을 태백산 산신으로 모시고 있으며 산령각 옆에는 신목으로 여기는 음나무가 있다. 근처에 쿠시당이라고 하는 돌무더기가 있는데 산령각이 세워지기 전에 이곳을 지나던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무사안전을 기원하던 장소이다. 조선 후기 상업활동이 활발해지며 보부상의 활동범위가 확대되었고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산령각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산령각 건립 후 보부상들은 계를 조직해 인근 토지를 매입하여 임대료로 제사 비용을 충당했다. 현재 1850년대 작성된 천금록 등 계원 명부를 기록한 문서 10건이 남아 있다.

‘한려해상 지심도 일제강점기 군사유적’은 1936년 일제가 요새화 작업을 시작해 1938년 해군기지로 완공한 곳이다. 당시 주민들은 강제로 이주되었고 약 100여 명의 군인이 주둔하였다가 태평양전쟁 말에는 군함 2척, 병사 320명 등으로 증원됐다. 포진지·방공호·서치라이트보관소·탄약고·막사 등 20여 곳의 유적이 남아 있으며 관사와 막사로 사용했던 건물들은 주민이 거주하거나 민박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포진지에는 포대·탄약고·배수시설이 세트로 확인되며 3·4번 포대의 탄약고는 역사문화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지심도에 살고 있는 주민은 10가구 내외이다. 지심도는 0.356㎢의 작은 섬으로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도 불리며 거제 장승포항에서 하루 다섯 차례 여객선이 운항한다.

국립공원공단은 중요문화자원이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국립공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자원으로서 ‘스토리 텔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단은 “매년 10여 건의 후보 자원을 발굴·조사하고 학술대회를 통해 가치를 규명한 뒤 중요문화자원으로 최종 선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내년에는 올해 지정한 자원을 대상으로 관련학계와 함께 정기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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