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를 달군 ‘달리기 열풍’이 찬 바람이 부는 최근까지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웬만한 달리기 대회는 참가 신청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한다네요. 평생 달리기와 인연이 없던 제 아내도 올해에만 2개의 달리기 완주 메달을 받았으니까요.
동아마라톤(4만여 명), 춘천마라톤(2만여 명), JTBC 서울마라톤(3만4000여 명) 등 3개 대회에만 10만여 명이 참가했고, ‘제물포르네상스 국제마라톤’(우리은행), ‘2025 서울 유아차 런’(한화손해보험), ‘설레임런’(롯데웰푸드) 등 그동안 행사 후원만 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던 기업까지 직접 마라톤 행사에 뛰어들며 열기를 더했습니다.
스타일 커머스 에이블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러닝복 검색량이 전년 대비 193% 늘었고, 러닝 조끼는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하네요. 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러닝화 매출은 각각 23%, 33%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업계는 현재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 명 정도로 추산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달리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 전문가는 최근의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기관리’, ‘힐링’, ‘유행’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제 아내의 말을 빌리면 “달릴 때는 세상만사 걱정이 사라지고, 옆에서 누군가가 함께 달려주기 때문에 ‘혼자’가 아닌 ‘함께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기업 등에서 ESG 분야를 담당한 분들도 올 한 해 묵묵히 달려온 것 같습니다.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장거리 마라톤 코스 같았을 겁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ESG 정책 등으로 길 곳곳의 이정표는 흐려졌고, ‘과연 이 길이 맞을까’ 몇 번을 혼자 중얼거렸을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곧 마주하게 될 2026년에는 길 중간중간 장애물이 놓일 것 같습니다. 국내외 ESG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장애물달리기가 시작된 겁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예열을 마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지금까지는 분기별로 탄소배출량 보고만 하면 되었지만, 연 1회 매년 5월 31일까지 전년도분에 대해 실제로 인증서를 구매하고 금전을 지출해야 합니다. 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 적용 시점도 2026년 7월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2026년 8월 12일부터는 포장·설계에 대한 핵심 의무가 적용됩니다.
국내는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의 도화선이 된 상법개정의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사주 소각에 관한 상법개정 방향, 상장사 이사회 재편 등의 움직임이 거세질 겁니다. 더불어 2026년 이후로 속절없이 미뤄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도 기업에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경ESG〉는 2026년 장애물달리기를 준비하는 기업을 위해 12월호 커버 스토리로 ‘미리 보는 2026 ESG 키워드’를 준비했습니다. 길게 늘어진 장애물 레이스. 앞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기보다는 넘어지지 않고 정확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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