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존하던 최고령 배우 이순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후 연예계, 문화계를 넘어 사회 각 영역에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큰 별, 이순재 선생님의 명복을 기원한다"며 "국민 배우 이순재 선생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한평생 연기에 전념하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품격을 높여왔다"며 "연극과 영화, 방송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 위로와 용기를 선사해 줬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 배우라는 호칭에 걸맞게 멋지셨다"며 "편히 쉬시라"고 애도 글을 올렸다. 김 총리는 "가끔 공사석에서 뵐 때마다 큰 인연이 없는 제게도 참 따뜻하셨다"며 "40대 중반 이후 연극에 흥미가 생겨 선생님께서 운영하신다는 연기학원을 가보려 했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고 적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SNS에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큰 어른이셨던 이순재 선생님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한 시대를 넘어 세대를 잇는 모두의 배우를 떠나보낸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며 "제 정치 여정에서 큰 신뢰와 응원을 보내주셨던 귀한 인연을 떠올리면 그리움과 감사함이 함께 밀려온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해 역대 최고령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하신 후 '평생 시청자 여러분께 신세를 졌다'며 그 공을 국민께 돌리시던 모습이 더욱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며 "문화예술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선생님의 빈자리는 크지만, 생전에 보여주신 성실함과 겸손, 뜨거운 열정은 후배들의 마음속에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고인을 '영원한 예술가'라 칭하며 애도했다. 김 지사는 SNS에 "평생 자신의 길을 걷다 스스로 길이 된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 한다"며 "70년 세월 동안 드라마, 영화, 연극으로 눈물과 웃음을 안겨주신 '큰 어른' 이순재 선생님"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순재를 "꽃보다 멋진 할배, 학생들을 사랑했던 교수, 존경받는 선배, 연기를 위해 평생 헌신하셨던 영원한 예술가"로 회고하며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편히 쉬시길 빕니다"라고 추모글을 올렸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도 이순재의 별세를 애도했다. 협회는 "고인은 TV 드라마 '허준'에서 한의사 유의태 역을 맡아 한의학의 역사와 정신을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한의약의 가치 확산과 세계화에 힘을 보탰다"며 "3만 한의사 일동은 한의학 대중화에 공헌한 고(故) 이순재 배우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한의협으로부터 '명예 한의사'로 위촉됐으며, 경희대 한의과대학으로부터는 '한의학 명예학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옛 MBC 사옥 맞은편 네거리에서 사진관 '쌍마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황수연 작가(65)는 "오신다고 통화했는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통화를 못 하게 됐다"며 "작고를 하셨다니, 가슴 한쪽이 멍하고 아리다"고 했다. 황 작가는 "말 그대로 우리한테 교훈을 준 대한민국의 아버지다. 비빌 언덕이었다. 우리 원로 어르신, 아버지 같은 분이 돌아가시면서 많은 것을 우리한테 남겼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이날 새벽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순재는 지난 1934년 11월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철학과 재학 중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이후 1960년 KBS 1기 공채 탤런트에 발탁된 뒤 '나도 인간이 되련다', '사모곡', '풍운', '보통 사람들', '동의보감',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상도', '내 사랑 누굴까', '이산', '엄마가 뿔났다', '베토벤 바이러스', '공주의 남자', '돈꽃', '개소리'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순재는 연극 무대에도 애정을 보였다. 데뷔작 '지평선 너머'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청기와집',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게트', '우리 읍내', '춘향전', '빠담빠담빠담', '세일즈맨의 죽음', '돈키호테', '앙리 할아버지와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어왕' 등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다작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또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이어지는 '하이킥' 시리즈와 예능 '꽃보다 할배'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도 했다.
이순재는 1991년 정계에 입문한 뒤 1992년 14대 총선에 민주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 중랑 갑 지역구에서 당선,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순재의 빈소는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0호실에 마련됐다. 상주로는 아내 최희정 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이름을 올렸다.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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