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와 초상화는 눈앞의 사물을 베껴내는 그림이 아니다. 사실적 재현을 바탕으로 빛과 질감의 미세한 숨결을 붙잡는 구상회화는 ‘보는 것’이라는 감각에 대한 예술적 질문이다. 구자승(84·사진)은 보는 감각의 영속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1세대 구상화가로 반세기 넘게 극사실주의 미학을 꿋꿋이 지켜온 구자승은 한국 구상화단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구자승은 상명대 교수를 지내는 등 국내외에서 두루 활동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전 등 690여 회의 전시에 작품을 선보였고 몬테카를로 국제 현대미술제 조형예술상을 받으며 국제 화단에서도 주목받았다. 근대 조각의 거장 권진규의 대표작 ‘지원의 얼굴’의 모델이자 아내인 서양화가 장지원과 함께 부부전을 18회 열어 눈길을 끌었다. 구자승의 회화는 극사실적 재현을 통해 사물의 표면 너머 존재하는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다. 썩지 않는 과일, 멈춘 그림자 등 ‘멈춘 지속’의 개념을 시각화하며 변화하는 세계 속 영원의 감각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구자승은 인물화로도 한 획을 그은 작가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회장까지 삼성가(家) 3대의 초상화를 모두 그렸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