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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 발행 급증 제동 건 당국…자사주 많은 지주사 '재조명'

입력 2025-11-25 17:41   수정 2025-11-26 00:41

금융당국이 자기주식(자사주)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교환사채(EB) 발행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일부 상장사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편법으로 처분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B 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의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지주회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EB 관련 공시기준 대폭 강화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상장사들이 발행한 EB 규모는 총 4조2160억원이다. 이미 작년 전체 발행액(1조9870억원)을 두 배 넘게 웃돌고 있다. 상장법인의 올해 EB 발행 공시 건수는 작년 대비 132% 급증한 114건으로 집계됐다.

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등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채권이다. 채권자는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증시 부양 목적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자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이 소각을 피하려고 서둘러 EB를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근 들어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스스로 접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태광산업과 광동제약이 금융감독원 심사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계획을 철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국은 상장사들의 무분별한 EB 발행을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달 말부터 EB 관련 공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EB 발행을 결정할 때 다른 조달 방안 대신 EB를 선택한 이유와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당국 눈치를 보면서 EB 발행 계획을 취소했지만 상법 개정안 통과 전 자금 조달을 서두르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자사주 소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기초로 EB를 발행하려다 취소한 상장사들 주가는 다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자사주 부자 기업들도 차별화”
투자자들은 자사주 의무 소각에 따른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여당의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는 새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1년,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합해 1년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는 교환·상환 및 질권 대상이 될 수 없다. 합병·분할 때 신주 배정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시장에서 처분해야 할 경우엔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기 차익을 원하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향후 자사주의 장내 매도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서 가장 많이 거론하는 수혜주는 대형 지주사다. 상법 개정 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으로 주주친화 정책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SK증권은 “자사주 의무 소각이 현실화하면 SK, LG, CJ, LS, 한화 등 지주사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비중이 24.8%에 달하는 SK가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가 탄력성이 가장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7.26%를 보유한 CJ의 주가 상승 여력도 높게 봤다.

주주환원 확대 측면에서 금융주에 대한 기대도 큰 편이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꼽힌다. 특히 증권주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데다 정부 부양책 수혜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법 개정에 따른 각 기업의 지분 구조 개편과 자사주 소각 과정에서 증권사가 얻는 수수료 수익도 상당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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