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충남 대산공장 통폐합은 한국 석유화학 구조조정사(史)에서 보기 드문 사례로 새겨질 전망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구조조정에 성공한 첫 사례인 데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정설인 업계에서 국내 1위 롯데케미칼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닫는 파격적 결단을 내려서다. 눈치싸움을 하느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여수와 울산 산업단지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처럼 희생을 해야 세제 혜택과 금융, 보조금 지원 등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양사의 다운스트림 시설은 완전히 끄지 않고 중복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업계에선 PE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등의 생산량이 조정될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사를 세우고, 경영은 HD현대케미칼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롯데케미칼의 NCC 가동 중단으로 연 수천억원 적자를 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중요한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지난 2년간 t당 200달러를 밑돌았다. 안정적인 손익분기점은 t당 300달러로, 적어도 t당 250달러는 넘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25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 역시 t당 179달러에 불과하다.
생산량을 줄인 에틸렌은 PE, PP 파생 제품들로 흘러간다. 업계 관계자는 “연산 85만t 규모인 HD현대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만으로 두 공장의 다운스트림 제품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NCC에 몸담았던 인력은 양사가 단행하는 신규 투자 설비에 전환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석유화학 회사들이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분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세제와 보조금, 금융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구조조정은 미쓰비시화학 등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화학은 2014년 아사히카세이 NCC와 통합을 진행한 뒤 연산 57만t 규모 미쓰비시화학 NCC만 가동하기 시작했다. 아사히카세이 NCC가 문을 닫아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104만t에서 연간 57만t으로 감소했지만 70%대였던 가동률은 90%를 넘어섰다. 연간 200억엔(약 2000억원)의 중복 고정비도 줄였다. 이후 3년 평균 영업이익은 직전 3년 평균(1156억엔)보다 117% 늘어난 2516억엔에 달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사업재편안이 나오면서 여수와 울산 산단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받기로 협약을 맺고 사업재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여수 NCC를 매각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NCC를 통합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추가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통합은 여천NCC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갈등이 해결된 뒤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우섭/박재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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