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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재편안도 없는데 '뉴머니' 꽂으라니…고민 깊어지는 은행

입력 2025-11-25 17:56   수정 2025-11-26 01:04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돕기 위한 이른바 ‘뉴머니’(신규 자금) 공급을 놓고 채권은행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업들이 선제적인 노력 없이 벌써부터 자금 지원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

17개 은행과 4개 정책금융기관(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무역보험공사, 캠코) 등 21곳은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놓인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해 지난 9월 ‘산업 구조혁신 지원 금융권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르면 석화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구조혁신 지원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자율협의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협의회는 실사 등 사업재편 계획 타당성 점검을 거쳐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필요시 뉴머니를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협약에 담겨 있다.

문제는 신규 자금 공급 부담이 자칫 채권은행에 과도하게 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는 석화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지만 뾰족한 자금 지원 방안은 없는 형편이다. 150조원에 달하는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산업’에만 방점이 찍혀 있어 석유화학 사업재편에는 쓸 수 없다. 국민성장펀드의 핵심인 첨단전략산업기금(75조원)은 로봇,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산업, 바이오, 수소, 2차전지, 디스플레이, 문화콘텐츠, 핵심 광물 산업을 투자처로 정해뒀다. 산업은행이 기업의 사업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1조원 규모 자금 역시 석화 기업에만 전액을 투입할 수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선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금융지주가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관련 대규모 자금 공급 계획을 밝힌 금융지주들이 석유화학 사업재편에도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향후 5년간 공급하기로 한 생산적·포용금융 자금 규모는 50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액을 투자금융과 전략산업 융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 압박 속에 부동산 중심의 금융구조를 혁신하고 국내 핵심 산업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업재편 방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신규 자금 투입을 거론하는 것은 구조조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뉴머니를 전제로 한 사업재편은 위기를 초래한 기업들이 책임을 은행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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